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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대한민국 브랜드를 구축할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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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롤랜드 빌링어
한국맥킨지&컴퍼니 사무소 대표

한국은 진정한 글로벌 리더십 구축을 향한 큰 관문을 이제 막 통과했을지도 모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벼랑 끝 대치 국면으로 치닫던 주요국 간 환율 공방은 IMF 지배구조의 대대적 개혁을 향한 파격적 합의 및 ‘환율전쟁’ 종식의 필요성을 선언한 고무적 합의문 채택을 통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 장기적 해법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모색될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최근의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이러한 극적 타협이 도출되기까지 의장국인 한국이 중재자로서 매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주최국인 한국의 이러한 긍정적 성과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더 나은 결과 도출을 위한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된다.

 서울 G20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의 외교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 개최의 효과는 결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간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국가들의 사례들을 살펴볼 때, 그 단기적 및 장기적 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먼저, 행사 관련 방문객의 유입만으로도 범국가 차원의 대대적 관광홍보 캠페인 효과를 훌쩍 뛰어넘는 관광수입 신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G20 정상회의 동안 방문자들의 숙박, 쇼핑 및 식사를 통한 직접적 지출 규모를 타 G8 및 G20 정상회의와 비슷한 규모인 4000만 달러, 이로 인해 파생될 경제 전반의 파급효과가 8500 만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 동안 한국 방문객 수는 약 7000명을 기록했으나 이번 G20 정상회의의 경우 약 2만 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호텔 리노베이션 및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포함한 관련 투자의 고용창출 효과와 보안 및 조직 지원 등 서비스 부문의 추가적 수입까지 감안할 경우 그 직접적 경제효과는 1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유사한 국제행사 사례들을 근거로 한 고용창출 효과는 5000여 개 일자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효과만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장기적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크다. 미디어 기술을 통해 그 어떤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정보가 확산돼 가는 세계에서 국가 브랜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G20 정상회의 동안 한국, 특히 서울은 세계 각국의 방송매체 및 전 세계 유력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세계 주요 통신사가 타전하는 수천 개 기사의 중심에 자리 잡을 것이다. 또한 수많은 기사의 발신지로 ‘대한민국, 서울’이 빠짐 없이 표시될 것이다.

 맥킨지 리서치 결과 관련 미디어 보도를 통한 단기적 홍보 효과는 약 1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이는 약 7000건의 기사가 보도된 2009년 피츠버그 G20 회의 사례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물론 그로 인해 파생될 장기적 효과는 그 수배에 이를 것이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에서 열렸던 G8 정상회의의 경우 실제 행사 기간은 물론 그 후 6개월간의 미디어 보도를 통해 총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경제효과가 창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대한민국 및 서울의 브랜드 구축 차원에서 일생일대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를 통해 제고된 대한민국의 인지도 및 국가 브랜드는 더 많은 관광객, 비즈니스 및 투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이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초의 G20 주최국이자 의장국이라는 국민적 자긍심과 고도의 대규모 글로벌 행사 주최를 통해 축적되는 값진 경험 역시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유일한 리스크는 폭력 시위 가능성이다. 만의 하나 이 같은 유감스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 초래될 부정적 파급효과의 크기는 2001년의 제노바 G8 정상회의 사례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당시 수천 명이 가담했던 격렬한 반대시위는 약 4500만 달러 규모의 피해를 남겼으며, 관련 미디어 보도를 통해 파생된 평판 훼손의 여파까지 감안할 경우 그 피해 규모는 훨씬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아무쪼록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중대한 전향적 정책 및 조치를 향한 합의 도출이라는 가시적 성과가 달성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순조로운 행사 개최를 통해 주최국으로서 대한민국과 서울의 이름이 빛나는 순간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롤랜드 빌링어 한국맥킨지&컴퍼니 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