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관련 어머니 평가단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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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평가단은 제품의 사전평가와 홍보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마케팅 방법 중 하나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어머니들의 평가단 활동은 꼼꼼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이런 어머니들의 꼼꼼함이 도서·공연·교재 등 자녀교육과 관련된 분야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자녀교육에 필요한 도서·공연 등을 무료로 이용하면서 필요한 교육정보를 사전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신간 도서 무료로 받고 책 고르는 안목도 넓혀

“준영아, 새로운 책이 왔네. 무슨 책인지 같이 읽어보자” 이은실(34·서울 사당동)씨가 오늘 도착한 우편물을 꺼내 아들인 장준영(7)군을 부르자 쏜살같이 달려와 앉는다. “엄마, 오늘은 무슨 책이야? 빨리 읽어 볼래.” 새 책이 도착하는 날이면 이씨와 장군은 독서삼매경에 빠진다. 지금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지만 이씨도 처음엔 어떻게 독서를 가르쳐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

“초보 엄마였기 때문에 경험도 없고 교육정보에 대해서도 어두웠어요. 일단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죠.”인터넷 육아까페에서 다른 엄마들의 경험담을 읽던 중 도서평가단 얘기가 눈에 들어왔다. 책을 무료로 받아보면서 자녀와 함께 독서를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개인 블로그를 꾸미고 다른 엄마들과 경험을 주고받으며 도서평가단 활동을 시작했다. 한두 권씩 경험이 쌓여 지금은 시공주니어 도서평가단으로 1년 넘게 활동 중이다. “매 달새 책이 배달돼오면 아이가 ‘오늘은 어떤 책일까’하고 호기심을 가져요. 엄마도 서평을 쓰다보면 책을 보는 눈이 생기죠.”

유정원(34서울 신림동)씨도 삼성당·대교·시공주니어 등 여러 출판사에서 도서평가단 활동을 하고 있다. 유씨는 “자녀와 함께 한 독후활동을 서평으로 쓰면 자녀의 독서습관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어떤 책에 반응을 보이는지, 어떤 이야기에 집중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를 위해 도서를 고를 때 이런 서평을 참조하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주의할 점도 있다. 유씨는 “어떤 경우엔 출판사의 요구에 맞춰 좋은 내용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며 “반드시 아이와 함께 읽어 본 후 반응을 살피고 책을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미·흥미보다 교육적인 소재 담은 공연 찾아 나서

최근 인성·감성 교육이 강조되면서 교육적인 어린이 대상 공연을 찾기 위한 어머니들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어린이문화예술학교에선 회원 어머니들이 모여 어머니 공연평가단을 만들었다. 2000년부터 활동해 현재는 30여 명의 어머니들이 좋은 공연 고르기에 나서고 있다.

매해 교육적 소재를 다룬 공연과 우수극단을 선정해 정보를 공유한다. 어린이문화예술학교 홈페이지(www.kccac.org)에 가면 지금까지 관람했던 공연목록을 볼 수 있다. 조지원(45·서울 예장동)씨는 “연극은 배우의 생생한 연기를 눈앞에서 보게 된다”며 “재미나 흥미 위주로만 흘러가는 자극적인 공연을 볼 때 아이들이 받는 충격은 훨씬 크다”고 사전 평가의 중요성을 말했다.

공연을 평가할 땐 언어사용은 적절한지, 극장시설과 환경은 어떤지, 전문배우들인지를 꼼꼼히 살펴본다. 또 ‘장애학생의 이야기’ 등 사회를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교육적 소재를 고른다. 조씨는 “자녀와 함께 공연을 본 후,간단한 스티커 붙이기 등의 방법으로 공연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서 후 독후활동처럼 공연관람 후 자녀와 함께 감상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지원으로 운영되는 사랑티켓(www.sati.or.kr)에서도 올해 어머니평가단이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 40여명의 어머니들이 각 지역에서 공연 중인 어린이공연을 평가한다. 매달 선정된 공연을 할인된 가격으로 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교재 평가단 활동하면 문제집 무료로 받아

아이들의 문제집도 엄마들의 중요 관심사 중하나다. 교재평가단으로 활동하면 해당 출판사의 문제집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자녀와 함께 교재를 써보고 장·단점을 정리해 온·오프 모임에서 정보를 나눈다.

천재교육 교재평가단으로 활동 중인 류경미(41경기 의왕시)씨는 “교재를 평가해야 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면 평소 지나치기 쉬운 문제들이 눈에 보인다”며 “자녀가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들이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내 아이의 수준에 맞게 해설은 정확한지, 개념설명과 문제의 양은 적절한지 등 교재를 고르는 눈이 키워진다는 설명이다. 다른 엄마들이 교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정보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류씨는 “자녀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평가단 활동의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평가단에 대한 정보들은 대개 포탈사이트의 어머니 까페 등에서 얻을 수 있다. 도서·교재가 시중에 판매되기 전 평가단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규모가 큰 출판사의 경우 정기적인 모임 형태로 6개월~1년 정도 상시 운영하기도 한다. 이씨는 “평가단 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개인 블로그 관리 등으로 평소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엔 경쟁이 치열해 블로그 활동 경력이 많아야 평가단으로 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설명]이은실씨와 장준영군이 출판사에서 도착한 새 책을 함께 읽고 있다.

<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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