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는 학교 1위 서울 노량진초등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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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교사도 잡지 못했던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학교에서 진행한 리더십 교육이 잡았다. 서울 노량진초등 학교는 ‘성공하는 7가지 좋은 습관 기르기’라는 리더십 교육을 도입한 지 1년 만에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지난해 대비37%(월 8만 1000원) 감소했다. 올 7월엔 서울시가 지정한 사교육없는학교 최우수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예전엔 막연히 ‘되고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리더십 교육을 받고 나서는 꿈을 위해 제가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피터 슈라이어’같이 멋진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한승민(6년)군.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매주 2번씩 자동차 디자인을 꾸준히 하고 ‘1년에 100권’을 목표로 독서도 열심히 한다. 나중에 유학을 가고 싶어 매일 영자신문도 읽는다. “꿈에 구체적으로 다가가는 나는 꼭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승민군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조수인(4년)양은 리더십교육을 받기 전에는 하교 후 숙제를 제쳐두고 TV시청에만 몰두하곤 했다. 그 바람에 숙제가 밀려 부모에게 꾸중을 들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7가지 리더십 습관을 배우며 우선순위를 구별 할 줄 알게 됐다.

“이제 숙제를 다 하고나서 TV를 켜요. TV시청보다 숙제가 더 중요하거든요.” 수인이는 이제 더 이상 밤늦도록 밀린 숙제를 하거나 부모에게 혼나지 않는다. 하루, 한 달, 일 년의 계획을 세워 방과 후에도 짜임새 있는 생활을 한다.

송지은(6년)양은 이번 중간고사에서만 평균 3점이 올랐다. 올해 보는 시험마다 성적이 꾸준히 올랐다. 지은양은 시험 직전 ‘벼락공부’를 했었다. 그러나 리더십교육을 통해 시간 관리법을 터득한 이후부터는 계획을 세워 공부한다. “영·수학원 하나씩 다니는 것을 빼고는 제가 세워둔 계획을 따라 차근차근 집에서 공부해요.”

시간관리법과 자기주도 학습습관 길러

노량진초교의 리더십교육은 지난해 2학기부터 시작됐다. 안종인 교장이 학교에 새로 부임하면서 학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교육방법을 고민하다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와 연계해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7가지 좋은 습관’을 학교교육용으로 개발해 적용했다. 교사 전원이 리더십 연수를 45시간씩 받았고, 자기주도학습 연수도 연30시간 이상 받는다. 학생들의 교육과정도 재편해 연 40시간을 리더십교육에 할애했다. 많은 학교에서 리더십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일정 시간을 이수하는 인증제를 실시하거나 임원 중심으로 운영한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리더십교육을 도입한 학교는 노량진초가 최초다.

‘7가지 습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직접목표를 설계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 습관을 들였다. 이를 위해 수업시간표의 틀도 바꿨다. 노량진초의 모든 학생들은 수업 전10분간 일정계획표인 ‘실천장’을 쓴다. 오늘의 할 일을 우선순위를 구별해 실천장에 적는다. 수업이 끝난 후 25분 동안은 ‘계획을 얼마나 잘 지켰나’ 반성한다. 이때 오늘 새로알게 된 학습 내용을 요점정리한다. ‘계획→실천→피드백‘의 반복으로 자기주도학습 습관이 형성된다.

스스로 시간과 목표를 관리하는 훈련으로 기른 자기주도 학습습관은 자연히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교과학습부진 학생의 64%가 올 3월에 비해 성적이 향상됐다. 독서량도 늘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대비 2배의 책을 읽었다.

부모와 교사도 변화 체감하며 호응 커져

아이들의 변화에 학부모들의 호응도 커졌다.학교는 학부모 대상 리더십특강도 마련하고 있다. 1남 2녀를 모두 노량진초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양희경(39)씨는 “예전엔 무조건 야단 부터 쳤지만 리더십강좌를 들으며 아이를 믿어주고 지켜봐주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변화를 체감한다. 5학년 1반 담임 김동진 교사는 “처음엔 ‘밥 먹기’ ‘잠자기’같이 실천장에 억지로 계획을 쓰던 아이들이 이제는 ‘아침에 학교 와서 독서하기’‘수업시간에 발표 5번 이상 하기’ ‘선생님과 눈 5번 이상 마주치기’같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고 말했다. 특히 ’공부 안하는 학생’들에게 효과가 컸다.

의무적으로라도 계획을 세우게 되고, 그 계획을 한 번이라도 더 들춰보게 돼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됐다.

지난 28일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모여 ‘리더십데이’를 열고,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리더십 교육을 통한 각자의 체험을 나눴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계획하고, 소중한건 뭘까! 반짝 반짝 빛나는 내 꿈, 세상의 주인공은 나!" 이날 행사의 끝에 학생들이 다함께 부른 ’리더십’ 노래의 후렴이다.

[사진설명]1. 노량진초교 학생들이 리더십교육시간에 말잇기놀이를 하며 즐겁게 각자의 꿈을 나누고 있다. 2. ‘리더십데이’발표순서에 앞서 펼쳐진 노량진초 학생들의 공연마당.

< 설승은 기자 lunatic@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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