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른다” vs “이미 과열” 팽팽 … 중소형주 담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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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더 오르기 힘들다. 아니, 이미 과열됐다.”

 “천만의 말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

 증권사들이 두 패로 갈라섰다. 남은 11월 증시 전망을 놓고서다. 누구는 아직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하고, 누구는 먹을 것은 다 먹었다고 하고 있다.

 ◆엇갈리는 전망=월 초의 강한 상승세 때문에 이런 논란이 빚어졌다. 당초 증권사들은 3분기 기업 실적 등이 예상만 못해 11월은 증시가 쉬어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풀린 돈이 있지만 지수가 그다지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한목소리였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이달 들어 5거래일 만에 코스피지수는 60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1940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미 일부 증권사가 예상한 11월 코스피지수 뒤쪽 선을 넘어섰고, 대부분의 증권사 예측치에도 바짝 다가섰다. 그러면서 증권사들의 입장이 갈라졌다. 현재는 일종의 과열로 더 이상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곧 조정을 받을 것이란 측과,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반대쪽으로다.

 이미 코스피지수가 증권사의 예측 범위(밴드)를 넘어선 곳은 현대증권(1750~1930)과 우리투자증권(1780~1920포인트)이다. 대우증권(1800~1950)의 예측 상한치도 코앞에 뒀다. 지난 5일 장중 1960도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우증권의 예상도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중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은 코스피지수 예상변동폭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지금은 일종의 과열(오버슈팅)이며, 증시가 곧 제자리를 찾으면 예상폭 내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는 기업의 실적이 꺾이고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등 경제 기반 측면에서 추가 상승 동력이 약하다”며 “단순히 돈의 힘(유동성)으로만 증시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은 일단 호재지만 중국과 미국의 공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는 악재”라며 “일시적으로 코스피지수가 밴드 위로 뛰더라도 다시 밴드 안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봤다.

 현대증권은 이들과 달리 1830~1980포인트로 지수 밴드를 상향 조정했다. 이 회사 이상원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정책에 따라 국내에 풍부한 자금이 흘러 들어오고, 이는 기업의 설비 투자 확대 등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부터 유동성 때문에 11월 중 2000가까이 지수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증권사들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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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형주’엔 의견 일치=전망이 제각각이다 보니 주식 시장에 대한 대응 전략도 서로 달랐다. 낙관론자들은 성장주와 대형주 중심의 투자를 권했다.

SK증권 이동섭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유동성 확대가 내년 초까지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외국인이 수급을 주도하기 때문에 시가 총액이 큰 대형주가 유리하다”고 했다. 반면 추가 상승 동력이 약하다고 보는 쪽은 안정적인 투자를 권했다. 박종현 센터장은 “지금은 숨 고르기 구간으로 내년 2분기부터 상승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때를 대비해 4분기 조정 국면에서 저평가된 주식(가치주)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자동차·은행을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대표 업종으로 꼽았다.

 낙관론자와 비관론자 사이에 의견이 일치한 부분도 있다. 바로 중소형주다. 삼성증권 김성봉 투자정보팀장은 “역사적으로 유동성을 바탕으로 코스피가 먼저 크게 상승했던 경우 코스닥과 중소형주가 이를 쫓아가는 형세가 나타났다”며 “증시가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인다 해도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상승 동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구체적 업종으로는 자동차와 기계 부품을 꼽았다. 김학균 투자전략팀장 역시 “정부의 상생 정책을 등에 업고 중소형 주가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11월 금리 올린다”=11월 증시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 중 가장 큰 것으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환율 갈등’을 꼽았다. 김성봉 투자전략팀장은 “달러 가치 약세에 대비하기 위해 아시아 각국이 자본유입 억제 조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G20에서 환율 갈등과 관련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연말까지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는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본지가 전망을 확인한 6개 증권사 중 5개사가 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9월과 10월에 소비자 물가가 급등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 것이 이 같은 예상의 근거였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연말까지 지금과 비슷한 수준(달러당 1100원)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면 수출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어서 정부가 사전에 외국인 채권 투자에 세금을 매기는 등 자본 유입 억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김성봉 투자정보팀장은 “달러의 가치가 추가로 하락하고 아시아 지역으로 자본 유입이 늘어나면서 연말은 1100원대, 내년은 1000원까지 원화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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