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의 ‘칠레 광부 우르수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4면

최근 세계인을 감동시킨 뉴스가 있었습니다. 산호세 광산 지하 700m 아래에 69일간 매몰되었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된 칠레 광부의 이야기입니다. 칠레 광부의 기적은 큰 감동만큼이나 다양한 뒷이야기를 남겼지요. 특히 32명의 광부를 이끌어 온 루이스 우르수아 작업반장의 리더십은 세계인에게 신선한 충격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약 100년 전 칠레의 기적과 비슷한 일이 남극 대륙에서 일어났습니다.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는 어니스트 섀클턴이라는 모험가가 희망과 감동의 리더십으로 남극의 기적을 만들어 낸 실화를 다룬 책입니다. 1914년 섀클턴은 스물일곱 명의 탐험대원과 함께 세계 최초로 남극 대륙 횡단 여행이라는 야망을 가지고 탐험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거친 파도와 눈보라로 배가 난파당하게 되어 그의 대원은 무려 2년 동안 남극의 얼음에 갇힌 채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게 됩니다. 하지만 섀클턴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불가능한 탈출을 시도하며 마침내 탐험대 전원을 무사히 귀환시키는 놀라운 기적을 이루어냅니다.

 이 책은 리더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줍니다. 섀클턴은 그가 처음 목표로 했던 남극 대륙 횡단은 끝내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 누구도 섀클턴을 실패한 모험가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그를 혹독한 시련을 극복한 성공한 리더이자 조직의 화합을 위해 솔선수범으로 대원을 이끈 탐험시대의 진정한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지요.

 섀클턴은 리더의 특권을 포기한 채 대원들 가운데 가장 추운 곳에서 잠을 잤으며, 짐을 줄여야 할 때 가장 먼저 자신의 소중한 소지품을 버렸습니다. 뒤처진 대원을 구출할 때도 늘 앞장섰습니다. 불가능을 뚫고 미래를 여는 것, 그것이 바로 리더의 책임이자 사명이라는 점을 섀클턴은 우리에게 분명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기업경영을 하면서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미래의 불확실성입니다.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화합과 소통이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섀클턴의 리더십은 가장 모범적인 해답이라고 믿습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감동의 리더십을 섀클턴이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김종인 대림산업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