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可口可樂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7면

미국 코카콜라가 중국에 소개된 것은 1927년 조차지 상하이에서였다. 제품 이름을 ‘蝌蝌啃(과과습랍)’이라고 했다. 중국어 발음으로 ‘커커컨라’, 코카콜라를 중국어 발음으로 옮긴 것이다. 이 말은 ‘올챙이가 초를 씹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중국인들은 머리를 갸우뚱했다. 입에 톡 쏘는 음료(코카콜라)가 ‘올챙이가 초를 씹는다’는 의미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매가 잘 될 리 없었다. 코카콜라사는 이름을 새로 짓기로 하고 공모에 나섰다. 여러 응모자 중 영국 거주 중국인 장이(蔣彛·1903~77)라는 사람이 있었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를 지내기도 한 그는 ‘可口可樂’이라는 이름으로 응모했다. 중국어 발음 ‘커커우커러’, 뜻은 ‘입에 맞아 즐겁다’였다. 해외 상품 중 중국어 작명이 가장 잘 됐다는 평가를 받는 ‘可口可樂’이 탄생한 배경이다. 1949년 공산당 정권 등장 후 중국에서 철수했던 코카콜라는 1978년 개혁·개방과 함께 다시 중국에 진출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많은 외국 상품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외국어 브랜드를 어떻게 중국어로 옮길지는 중국 시장 진출의 첫 과제다. ‘可口可樂’처럼 음이 맞고 뜻이 통하는 작명을 최고로 친다. 중국어가 표의문자이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형 할인매장인 카루프는 ‘家樂福(자러푸)’로 이름을 지었다. 중국어 발음이 원래 브랜드에 가깝고, ‘집안에 즐거움과 복를 가져다 준다’는 뜻과도 잘 어울린다. 왠지 즐거운 쇼핑이 될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 완구용품 ‘레고(lego)’는 가지고 놀면 즐거움이 커진다는 뜻을 가진 ‘러가오(樂高)’라고 작명했고, 자동차 벤츠는 빨리 달린다는 뜻의 ‘奔馳(번츠)’로 정했다.

 우리나라 브랜드도 잘 된 중국어 작명이 많다. 할인매장 이마트는 ‘싼 가격에 사서 이익을 보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易買得(이마이더)’ 브랜드로 중국 유통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팔리고 있는 초코파이는 ‘好麗友·派(하오리유·파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다. 이 이름 덕택에 ‘좋은 친구들이 어울려 먹는 파이’라는 이미지를 굳힐 수 있었다.

 중국 내수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많은 우리나라 상품이 만리장성을 넘고 있다.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작명, 중국 비즈니스의 시작이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