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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패션 스토리] 캔버스가 된 악어백, 60년 전 디올의 ‘뉴 룩’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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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세계 명품계는 서울을 ‘구원의 성지’로 여기는 듯하다. 늙어버린 홍콩, 설익은 상하이, 늪에 빠진 도쿄를 대신해서다. 이달에만 럭셔리 브랜드 두 곳이 특별한 선물을 안고 한국을 찾았다. 한국 작가들에게 수천만원짜리 ‘악어백’을 아낌없이 내준 이탈리아 명품 콜롬보와 아카이브(기록보관소)에 신줏단지처럼 모셔놨던 ‘뉴 룩’을 꺼내들고 온 프랑스 명품 크리스찬 디올이 주인공이다. 두 럭셔리 브랜드의 특별한 전시회를 미리 살펴봤다.

콜롬보 악어백이 한국 작가의 캔버스가 되다

콜라보레이션(협업)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시대, 어지간한 브랜드가 한국 작가들에게 곁을 내준 것쯤 뉴스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세계 악어백의 지존으로 통하는 콜롬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독점판매권을 갖고 있는 ‘오르비스’ 이혜경 대표가 지난해 작고한 콜롬보 2대 회장과 공동으로 기획한 것이다.

콜롬보는 7년 전부터 우리 작가들에게 2000만~8000만원대 악어백의 소재인 최상급 악어가죽 수백여 점을 캔버스로 내주었다. 가죽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모빌과 설치작품(박선기), 영상물(서효정)로도 범위를 확장했다. 모레(5일)부터 열리는 전시회에선 그중 고르고 고른 40여 점의 작품을 대중에 공개한다. 김용호(사진), 김혜숙(실크스크린) 등 대가들과 더불어 코디최(타이포그래피), 류은영(빈티지 리뉴얼·사진), 정규리(일러스트) 등 중견·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고루 눈에 띈다. 특히 머리카락을 활용해 거미줄처럼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레이스처럼 섬세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함연주 작가의 작품은 꼭 봐야 한다. 콜롬보가 케이블 방송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발굴한 신예 이석민도 액션 페인팅을 선보인다. 진원석 감독은 오프닝 현장을 ‘아이폰4’에 담아 뉴디바이스 아트로 승화할 예정. 전시는 12일까지 서울 청담동 카이스 갤러리에서 열린다. 작품 경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 전액은 기부할 계획이다. 문의 02-511-2192.

크리스찬 디올의 ‘뉴 룩’ 등 헤리티지 의상 한국 전시

무슈 디올의 걸작 ‘뉴 룩(1947년작, ‘바 수트’의 별칭)’이 서울에 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여성들의 옷차림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던 바로 그 옷이다. 흑백사진 속의 바 수트를 눈 앞에서 보니 ‘스탕달 신드롬(예술작품을 보고 느끼는 정신적 충격)’이란 말이 이해가 됐다. 천하의 디올이 헤리티지 작품을 들고 아시아를 도는 이유는, 이 지역 소비자들의 명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 관계자는 “첫 도시였던 상하이는 패션에 대한 열망은 큰데 진정한 ‘럭셔리’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느낌이었다”며 서울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도쿄·홍콩 등 향후 순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는 크리스찬 디올 생전의 전설적인 디자인부터 존 갈리아노가 이끄는 오늘날의 오트쿠튀르 드레스까지 모두 여덟 벌이 대중에 공개된다. ‘카나주(고유의 체크무늬)’ 패턴 콤팩트와 마사이족 여인처럼 목이 긴 ‘쟈도르’ 향수, 리본이 달린 ‘메달리온’ 의자 등 상징적인 아이콘들도 함께 전시된다. 다만 계획됐던 한국화가와의 협업은 무산됐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디올의 정수만을 선보이겠다”는 이유에서란다. 14일까지 서울 청담동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EAST)에서 계속된다. 문의 02-513-3232.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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