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가엾은 작은 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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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엄마 잃고 다리도 다친 가엾은 작은 새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면 어디로 가야 할까”(가요 ‘아름다운 것들’ 중). 이 노랫말처럼 ‘마음이 아플 만큼 안되고 처연하다’란 의미를 나타낼 때 ‘가여워라’ ‘가엾어라’ 중 어떤 쪽을 쓰는 게 바를까? 답은 ‘둘 다 옳다’다.

 이유는 ‘가엽다’와 ‘가엾다’가 복수표준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을 활용한 ‘가여워, 가엾어’ ‘가여우니, 가엾으니’ ‘가엽고, 가엾고’ ‘가엽지, 가엾지’ ‘가여운, 가엾은’ 등의 형태가 모두 가능하다. ‘가엽다’는 ㅂ 불규칙 활용을 하는 단어여서 ‘가엽어’가 아니라 ‘가여워’가 된다.

 ‘서럽다’와 ‘섧다’도 복수표준어다. 그러므로 ‘서러워, 설워’ ‘서러우니, 설우니’ ‘서럽고, 섧고’ ‘서럽지, 섧지’ ‘서러운, 설운’ 어느 쪽으로 써도 좋다. ‘섧다’의 경우 뒤에 모음이 올 때 ‘섧어, 섧으니, 섧은’으로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쭈다’와 ‘여쭙다’도 어느 한쪽이 틀린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둘 다 표준어로 인정되는 단어다. 이들을 활용하면 ‘여쭈어, 여쭈워’ ‘여쭈니, 여쭈우니’ ‘여쭈고, 여쭙고’ ‘여쭈지, 여쭙지’ ‘여쭈는, 여쭙는’이 된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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