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실효성 있는 체벌 대체 방안 조속히 마련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오랫동안 논란이 분분했던 학교의 학생 체벌 금지가 현실화됐다. 서울시내 초·중·고교의 학생 체벌이 어제부터 전면 금지된 것이다. ‘사랑의 매’를 들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양손 들기, 운동장 돌기 같은 기합도 줄 수 없게 됐다. 정당한 교육적 목적으로 행해지는 체벌조차 이제 학교 현장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교육과 체벌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는 과거의 관념을 깨는 새로운 교육실험이 시작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체벌을 하지 않고도 교육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게 된다면 그보다 바람직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체벌 금지 제도화로 학교가 난장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지울 수 없다.

 학생 인권을 생각한다면 체벌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 궁극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 그러나 갈수록 학생 통제가 어려워지는 교실 상황에서 체벌이 학생 지도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체벌 전면 금지가 아직은 시기상조(時機尙早)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7월 체벌 금지 방침을 발표한 이후 학교 현장에선 적잖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교총 조사에 따르면 “학생지도가 힘들어졌다”고 호소하는 교사가 59%에 이를 정도다. 심지어 일부 학생이 수업을 방해해도 뾰족한 통제 방법이 없어 방치하거나 문제 학생의 비윤리적인 행위도 마찰을 꺼려 외면하는 등 학생지도 기피(忌避)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그간 실효성 있는 대체 방안 없이 체벌 금지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학생지도의 어려움으로 학교 교육이 흔들리는 것을 우려해서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9월 일선 학교에 제시한 체벌 대체 방안은 학생·교사·학부모의 공감을 사지 못한다는 점에서 미흡하기 짝이 없다. 성찰(省察)교실 운영 방안만 해도 그렇다. 문제 학생을 별도의 공간에 데려다 놓고 상담을 통해 잘못을 뉘우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학교가 성찰교실을 설치하지 못한 데다 상담교사를 정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교장이 상담교사 역할을 대신하는 학교도 있다. ‘생각하는 의자’에 앉혀 수업시키기, 생활평점제(상·벌점제), 학부모 면담 등 다른 방안들도 학교 현장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게 교사들 반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체벌 대체 방안을 내놔야 한다. 문제 학생들에 대한 대처 방법이 미흡한 상태에서 체벌 금지를 밀어붙이는 건 교육 현장에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당장 문제 학생 전담 상담교사제와 지도 매뉴얼부터 만들어야 한다. 전문 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전국적으로 8% 수준에 불과하다. 체벌이 없어지는 서울부터라도 모든 학교에 상담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체벌 금지는 경기도 등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될 예정인 만큼 교육과학기술부는 뒷짐만 지고 있어선 안 된다. 정부 차원에서 체벌 대체 지도수단을 강구해 법에 명시하는 일을 서둘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