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선·플랜트 업계 … 한국 ‘와이브로 조선소’ 배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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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영국의 세계 최대 조선·플랜트 소프트웨어(SW) 업체 아비바가 글로벌 정보기술(IT) 융합 성공사례로 KT의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조선소’ 서비스를 배워갔다. KT는 지난달 26~2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아비바 월드서밋’에 특별강연자로 초청받았다. 와이브로 조선소란 와이브로망과 넷북을 이용해 멀리 떨어진 작업자들끼리 실시간으로 통화하는 것은 물론 설계도 등 관련 자료의 교환이 가능한 서비스다. 종전엔 작업자들이 휴대전화로 간단한 연락 정도만 주고받았다. 설계도 등 복잡한 데이터를 수정할 때는 시간이 걸려도 직접 만나야 했다. 아비바는 고객사들에 KT의 와이브로 조선소 서비스를 전파하고, 글로벌 현장에 적용할 새로운 기술로 검토하기로 했다.

 월드서밋은 세계 조선·플랜트 SW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아비바가 해마다 글로벌 고객사를 불러 차세대 기술을 보여주는 국제 포럼이다. 특히 조선·플랜트 업계가 아닌 다른 산업의 사례가 소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미쓰이엔지니어링&조선 등 조선업체와 스위스 ABB 등 플랜트 회사, 호주 월리파슨스 등 건설업체와 삼성중공업·STX·GS건설 등 국내 업계 관계자 300여 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KT에서는 와이브로 조선소 프로젝트를 담당한 이종훈 기업고객부문 GTM(GoToMarket) 차장이 ‘스마트 조선소(Smart Shipyard)’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의 와이브로 조선소뿐 아니라 스마트폰 지하철 원격 점검 서비스 등 통신회사인 KT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통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IT 융합 성공 사례들을 소개했다. 아비바코리아의 강지원 이사는 “KT의 와이브로 조선소가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이번 행사에 KT를 초청하라는 영국 본사의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KT가 통신기술을 다른 산업에 접목하는 사례들이 조선·플랜트 산업에도 본격 도입되면 새로운 패러다임 시대가 열릴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T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IT 융합 서비스를 내세워 글로벌 조선·플랜트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KT의 이 팀장은 “강연 내내 청중의 열기가 뜨거웠다. 글로벌 프로젝트 같은 다양한 협력사업 제안도 나왔다”고 전했다. 특히 국내 업계에서 다소 소홀한 대접을 받아온 토종 이동통신 기술 와이브로에 대한 관심도 컸단다. 아비바코리아의 강 이사는 “우리 고객사들의 관심이 커 본사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와이브로(Wibro)=한국이 주도하는 4세대 이동통신 국제표준.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도 와이브로 망으로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아비바(AVEVA)=1967년 설립돼 39개국에 지사를 운영한다. 고객 수는 1900 여 곳.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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