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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5만7000개, 참여 바이어 20만명 ‘세계의 공장’에 몰린 ‘세계의 트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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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달 25일 찾은 중국 광저우 박람회장. 박람회장에는 생활용품을 전시하는 부스 5만7000여 개가 있다. 이곳을 찾은 전 세계 바이어들은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면 즉석에서 계약을 맺기도 한다. [신세계 이마트 제공]

면적 3.7㎢(약 113만 평), 부스 5만7000여 개, 참석 바이어 20만 명. 10월 15일부터 이달 4일까지 중국 광저우(廣州)시에서 열린 ‘중국 광저우 박람회’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 가정용품 박람회답게 “세상의 모든 가정용품을 모아 놓았다”는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오후 광저우시 하이주(海珠)구 파저우(琶洲) 무역전시장 앞. 박람회는 한동안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그나마 내국인들은 입장이 금지됐다. 사람이 미어터지기 때문에 내국인 출입을 막는 거였다. 이따금 중국인이 박람회장에 들어서려 하면 경찰관이 막아서서 “외국인과 동행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소리를 쳤다.

 2003년 신축된 건물 내부는 깨끗했다. 가정용품 업체들은 한 곳당 3.3∼6.6㎡(약 1~2평) 정도의 부스에서 상품을 전시 중이었다. 걸레·수세미·옷걸이·다용도박스·빨래건조대 등 없는 게 없었다. 대부분 세련된 디자인에 국내 대형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신상품이 많았다. 한 부스에서는 유럽에서 유행한다는 ‘정원용 파라솔형 건조대’를 전시 중이었다. ‘촌스럽고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마트 가정용품 바이어 허자영(39·여) 과장은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광저우 박람회만 꼼꼼하게 살펴도 세계의 트렌드를 짐작할 수 있다”며 “올해 새로 쏟아진 상품 중엔 접이식테이블·아이스박스 등 아웃도어 용품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로 14년 연속 이 박람회를 찾은 그는 “수많은 용품 중 ‘대박’ 하나만 잘 건지면 국내 수입업체를 거치는 것에 비해 1억∼2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에선 이번 박람회에 50여 명의 바이어가 참석했다.

박람회는 10여 년 전만 해도 체육관에서 열렸으나 규모가 쑥쑥 커지면서 2003년 지금의 건물을 새로 지었다. A·B동에 이어 지난해는 C동까지 확장됐다. A동에서 C동까지 가는 통로를 걷는 데만 10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전기차가 오갔다.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박람회는 광저우에 박람회 특수를 불러왔다. 박람회 기간 광저우에서 호텔 방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방값은 최대 7∼8배까지 치솟았다. 교통 수단도 부족했다. 중국 정부는 박람회장이 문을 닫는 매일 오후 6시쯤 광저우의 모든 택시가 의무적으로 박람회장에 들르도록 했다.

박람회는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한 중국의 면모를 잘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박람회 밖은 딴 세상이었다. 출입구 앞에는 ‘짝퉁’ 상품을 파는 잡상인이 수십 명 늘어서 있었다. 한 잡상인은 국내에선 출시도 안 된 ‘아이폰 4 화이트’ 짝퉁을 350위안(약 6만원)에 팔고 있었다. ‘수출입 박람회’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대부분의 참여 업체가 중국 업체라는 점도 한계였다.

중국 광저우=김진경 기자

◆광저우박람회=중국 광저우에서 매년 4·10월 두 차례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정용품 박람회. 1957년 시작돼 올 10월 108회를 맞았다. 코엑스몰의 8배 규모에 거래 액수는 평균 38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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