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SK서 바로 손 안 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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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 11일 SK㈜의 주주총회에서 최태원 회장의 이사 자격을 문제 삼은 소버린이 참패하면서, 향후 소버린의 행보와 SK 주가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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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총으로 소버린의 입지는 크게 약해졌다. 이번 주총의 최태원 이사 선임 표대결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60.6대 38.2로 SK가 압승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40%도 최회장측에 표를 던졌다.

또 내년 주총에선 사외이사 2명만의 임기가 완료되고, 지난해 소버린이 상정했던 정관개정안은 '동일한 제안은 3년내 반복 상정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2년후 주총에서나 거론이 가능하다.

모나코 국적의 자산운용사인 소버린은 2003년 3월 검찰 수사 등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SK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단숨에 최대주주(지분율 14.99%)로 부상했다. 소버린 당시 1700여억원을 투자해 현재 1조원을 상회하는 평가이익을 얻고 있다.

소버린은 올 주총에서의 패배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소버린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기주총에서 보다 윤리적이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최태원 회장의 재선임으로 SK의 가치는 엄청나게 저평가되고, 불신임을 받는 지도력 때문에 기업은 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소버린은 이제 '고사할 것으로 우려한' SK에서 손을 뗄 것인가. 일부에선 소버린이 SK 주식을 털어 차익실현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소버린이 주식담보 등의 형태로 SK의 지분 일부에 대해 이미 차익을 실현했다"거나 "최근 소버린이 지배구조를 칭찬하며 LG.LG전자 지분을 대량 매입한 게 SK를 처분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얘기가 시장에서 나돌고 있다. 소버린의 영향력 축소내지 주식 처분은 SK 주가에 좋지않은 재료로 통한다. 이를 반영해 주총이 열린 11일 SK주가는 전날보다 1.26% 떨어진 6만280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소버린이 당장 주식을 팔고 나가기는 힘들 것이며, 이미 SK의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고 진단한다. 메리츠 증권의 유영국 연구원은 "기업 펀더멘탈이 좋고 정유업 호황도 몇년 이상 갈 것으로 보여 주가에 별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소버린측도 기업의 가치가 증대될 것을 예상하는 이상 서둘러 차익을 실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원증권 이정헌 선임연구원도 "이미 올초부터 SK에서 소버린과의 경쟁이 주가에 미친 영향은 미미해졌고, 앞으로도 주가는 이 회사의 실적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많은 지분을 한꺼번에 팔 수급 여건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향후 주가전망이 좋은 편이라 1년내에 주식을 팔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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