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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코스, 소개팅도 인터넷서 쇼핑하는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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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K대 대학원에 다니는 박두복(24)씨는 지난주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사귄 지 1주년을 맞았다. 연극을 예매하기 위해 40분이 넘도록 인터넷을 뒤졌지만, 어느 곳에서 예매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티켓예매 사이트가 워낙 많고 할인행사도 다양해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저녁식사 장소를 찾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박씨는 “데이트 코스를 판매한다”는 인터넷 쇼핑몰을 알게 됐다. 공연과 식사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까지 담긴 ‘데이트 패키지 상품’을 팔고 있었다. 가격도 직접 예매하는 것에 비해 싼 편이었다. “바로 이거다 싶었어요. 평소에 데이트 비용과 아이디어가 고민이었는데 한 번에 해결해 준다니까 귀가 솔깃했죠.”

국내 인터넷 쇼핑은 1996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초창기엔 주로 책이나 음반을 팔았다. 14년이 흐른 요즘 인터넷에선 안 파는 게 없다.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으로 20조원대에 달한다. 온라인 쇼핑은 ‘데이트 코스’라는 영역까지 확대됐다.

 20대 5명이 뭉쳐 만든 ‘오늘에바람(www.obaram.co)’은 ‘영화 속 리무진 데이트’ ‘패러글라이딩 데이트’ 등 이색적인 데이트 코스를 발굴했다. 식사와 공연 등을 패키지로 묶어 하루 한 상품씩만 판매한다. 시중가격에서 40~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윤애(27) 공동대표는 “요즘 연인들은 남들과 다른 연애방식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며 “단순히 할인된 가격으로 승부하는 쇼핑몰을 넘어서 젊은 연인들의 감성에 호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대학생 신태우(27)씨는 하루에 한 사람씩 소개시켜 주는 사이트 ‘이음’에 가입했다. 가입 후 매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신씨와 프로필상 가장 잘 맞는 사람이 짝지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씨는 자신처럼 아이폰을 사용하고 야구경기를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만났다. 신씨는 “단순히 이성을 소개받는 게 아니라 나와 취향이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을 엮어줘 좋았다”고 했다.

 알음알음으로 이뤄지던 ‘소개팅’도 전문 매칭 시스템을 갖춘 온라인 사이트에서 이뤄진다.

지난 6월 온라인 소개팅 사이트를 개설한 박희은(24)씨는 “정해진 시간에 하루 한 사람과만 이어진다는 운명적 컨셉트를 도입하고 두 사람이 모두 상대방을 마음에 들어 할 때만 상대의 정보를 공개한다”고 말했다.

 기존 결혼정보업체 등이 학력과 경제력을 위주로 상대를 평가하는 것과 달리 이음에서는 문화적 취향을 중시한다. 좋아하는 도시를 쓰는 칸도 있다. 반면 직업이나 학력은 기입하지 않아도 된다. 창업자 박씨는 지난 26일 열린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김봉섭 박사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감성에 호소하는 온라인 소개팅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새롬·박정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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