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미 전 레바논 총리 사퇴 열흘 만에 총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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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레바논 내 친(親)시리아 세력이 재결집하고 있다. 우마르 카라미 전 레바논 총리가 사퇴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새 총리로 추대됐다. 50여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친시리아 시위가 발생한 지 하루 만이다. 정치적 혼돈이 악화하는 가운데 1970~80년대 15년간 지속된 내전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베이루트에서 열린 시리아 지지 시위에 고무된 친시리아 정치세력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친시리아계 에밀 라후드 대통령과 의원들은 9일 "카라미 총리가 새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친시리아계 정치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128석)에서 69명의 지지를 받아 내린 결정이다. 친시리아계 나비 베리 국회의장과 헤즈볼라 소속 의원들의 전폭적인 추대에 다른 의원들이 동참했다.

카라미는 곧 거국내각을 조각할 예정이다.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 야권 인사들을 등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친시리아계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할 전망이다.

지난달 14일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 암살 이후 연일 반시리아 시위를 주도해온 야권은 '닭 쫓던 개'가 된 모습이다. 알자지라 방송에 출연한 한 시민은 "이게 레바논 정치의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범아랍 일간 알하야트지는 10일 "결국 야권은 5월 총선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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