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신고식, 상암벌 달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공을 몰고 달릴 땐 바람을 탄듯 기민했다. 한 박자 빠른 패스로 빈 공간을 파고 들었다. 말랑말랑한 회전 동작으로 상대의 밀착 마크를 떼어냈다.

박주영(20)이 프로 신고식을 치렀다. 9일 삼성하우젠컵 FC서울의 홈 개막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박주영은 대구 FC와의 첫 성인무대에서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로 후반전 45분을 소화했다. 공격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처진 스트라이커 자리 모두 막힘 없이 소화했다.

▶ 후반전에 투입된 박주영이 대구의 윤주일과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박주영의 프로 데뷔전을 보기 위해 2만5000 관중이 몰려 `박주영 신드롬`을 실감나게 했다.[연합]

0-1로 뒤진 가운데 후반전 시작과 함께 김은중 대신 투입된 박주영은 노나또와 함께 투톱으로 섰다. 대구의 중앙수비수 임호가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밀착 마크했다. 2만4000여 관중의 시선이 그를 향해 쏠렸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듯했다. 후반 9분 왼쪽 미드필드를 드리블로 돌파해 페널티지역 왼쪽의 히칼도에게 칼같은 크로스를 올리는 등 대담한 플레이를 보였다. 임호의 밀착 마크가 통하지 않자 대구 박종환 감독은 후반 11분 최성환을 대신 투입했다.

경기 흐름은 살아났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이장수 감독은 후반 21분 정조국을 투입시켜 박주영을 처진 스트라이커 자리로 끌어내렸다. 박주영은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폭넓게 움직이며 패스를 배급했다. 서울은 전반에 비해 훨씬 짜임새 있는 공격을 계속했지만 대구의 철벽 수비진을 뚫지 못했다. 경기 후 박주영은 "팀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이해가 부족하다"고 자신의 플레이를 평가했다. 대선배들의 수비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배우고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정팀 대구는 전반 28분 브라질 출신의 일본인 3세 산드로가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땅볼슛을 성공시켰다. 서울은 수비조직이 강하지 못해 종종 쉽게 슛기회를 내줬고, 후반 동점 기회를 여러번 맞았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날 박주영의 플레이를 지켜본 요하네스 본프레레 국가대표팀 감독은 "어린 선수에게 기적(miracle)을 기대하지 말자. 그 선수에게 좀 더 시간과 기회를 주자"며 그다지 긍정적인 평가는 내리지 않았다.

허진석.강혜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