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서 살인·마약 혐의 교포 … 2년간 서울 강남서 원어민 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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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캐나다에서 마약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살인까지 저지른 교포 2세가 국내로 잠입해 초등학교 대상 어학원에서 2년 가까이 강사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외사국은 27일 캐나다 정부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범죄인 인도 요청이 들어온 한국계 캐나다인 예모(25)씨를 검거해 서울고검에 신병을 넘겼다. 예씨는 곧 기소돼 서울고법에서 열리는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게 된다.

 경찰에 따르면 캐나다 마약조직에 소속돼 있던 예씨는 2007년 5월 토론토에서 베트남계 마약조직 창고를 덮쳐 상대 조직원 1명을 권총으로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마리화나 18㎏(약 7000만원 상당)을 훔쳤다. 그는 범행 8일 만에 국내로 도피했다.

 예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삼전동 등에서 원어민 강사로 활동했다. 소규모 학원에서 일해온 그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씨는 고교 중퇴 학력이 전부이며, 원어민 강사 자격증도 없었지만 아무 문제없이 학원에 취업할 수 있었다. 예씨는 1m90㎝에 100㎏의 거구였다.

 경찰은 2008년 12월 인터폴 적색수배령이 내려진 예씨의 소재를 파악해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캐나다 정부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은 뒤 법원으로부터 인도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의 추적을 알아챈 예씨는 잠적해 1년2개월 동안 도피해 오다, 27일 변호사와 함께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예씨가 체류기간 6개월을 넘겨 무자격 원어민 강의를 한 것이 드러남에 따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그를 고용한 어학원 대표들도 처벌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예씨가 국내에서 마약을 유통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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