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R&D기획단이 5대 미래 선도기술 뽑은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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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황창규 지식경제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장은 지난 5월 출범 당시 “2020년까지 세계 5대 기술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10대 선도기술을 발굴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에 나온 다섯 가지 과제는 그중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만 구성됐다.

 3~5년 안에 시장을 선점하거나 선도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다 보니 아무래도 기존 주력산업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새로운 분야에 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휴대전화·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신약 개발이나 스마트 그리드 같은 다소 생소한 기술도 포함됐다. 황 단장은 27일 “주력산업에는 날개를 달고 신기술에는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모든 프로젝트에 한국만의 고유한 테마와 이야기가 녹아 있다. 신약의 경우 한의학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시스템반도체에는 이동통신 강국이면서도 퀄컴에 엄청난 기술사용료를 지불해온 경험과 각오가 담겨 있다. 우리 실정에 가장 적합하면서도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전처럼 선진국 기술을 베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식으로 시장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 단순히 제품 하나를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인프라와 장비, 부품소재, 완성품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완성하는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구조다. 그동안 잘나가는 완제품을 손에 넣고도, 핵심 부품은 모조리 수입했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기획단계에서부터 중소기업 참여를 의무화해 산업 생태계의 허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획단은 과제 선정 단계까지는 철저하게 경쟁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다음 달 말까지 사업공고를 내고 내년 4월 말까지 기획 단계를 거치는데 여기까지는 2~4개 컨소시엄이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내년 5월 최종 사업단이 선정되면 이때부터는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모든 과제는 2014년까지 개발하는 게 목표다. 각 과제는 1000억~1500억원을 지원받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대규모 투자지만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과 비교하면 미미한 액수라고 한다.

 황 단장은 “모두 성공할 경우 직접 매출만 105조원이 생기고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이의 5배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연말쯤이면 신시장 창출형 R&D 과제가 발표될 예정이다. 조기 성과 창출형과 달리 신시장 창출형은 그야말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찾아내는 게 목표다.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분야를 찾아가는 것인 만큼 실패할 확률도 크다. 그래서 과제 수도 꼭 5개 정도로 한정 짓지 않기로 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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