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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게임산업 푸대접 언제까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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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게임 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친척 어른들이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그런 일 하느냐고 혀를 차십니다.”

 얼마 전 만난 30대 중반의 한 게임업체 직원의 푸념이다.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는 4만3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수출은 1조8000억원, 내수는 4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게임은 어엿한 산업 대접을 받기는커녕 아이들 놀잇감이나 청소년의 유해환경쯤으로 생각하는 기성세대가 많은 것 같다.

올 들어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불상사가 사회문제화하면서 게임업체들은 다시 한번 죄인 신세가 됐다. 어떤 부처는 게임을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키우자고 한다. 하지만 또 다른 부처는 좀 더 강력하고 촘촘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본다. 자정 이후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을 금지하는 ‘셧다운’ 제도 논란도 이런 맥락이다. 어느 장단에 맞출지 헷갈린다.

 제조업 본위의 시대가 가고 문화와 콘텐트 생산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의 성공도 기기 자체의 우수성보다 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게임과 음악 덕분이었다. 애플의 온라인장터 앱스토어에서 게임(14%)은 e북(17%)에 이어 두번째로 큰 카테고리다. 바람직하든 않든 간에 청소년은 게임을 통해 세상을 배우기 시작했다. 마케팅·교육과 연계하는 게임까지 치면 시장 영역의 끝을 헤아리기 힘들다.

 두려운 이웃 중국만 해도 자국 게임산업 보호에 박차를 가한다. 중국 업체가 온라인 게임을 자체 제작할 수 있게 지원하는 ‘중국 민족 온라인 게임의 중점출판공정’을 2004년 시작했다.

이듬해엔 민족 게임 100개를 만드는 ‘기술 독립을 위한 횃불 계획’을 추진했다. 세계 정상이던 한국 온라인 게임은 2008년부터 중국에 1위를 내줬다. 얼마 전 중국을 다녀온 한 게임업계 인사는 “중국 사람들은 한국의 소프트산업 중에서 게임 말고는 더 배울 게 없다고 한다. 한국의 게임 경쟁력은 불가사의하다며 정말 배우고 싶어 하더라”고 전했다.

 게임은 10년간 침체일로의 한국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지탱해 왔다. SW 인재들이 상상력과 기술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광장이었다. 게임에는 분명 양면이 있다. 게임중독 같은 부정적인 면을 줄이면서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울 묘책을 빨리 내놓을 때다.

박혜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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