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위로의 만남'이 '아름다운 사랑'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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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오는 27일 결혼하는 김임연(右) 선수와 박성준 코치.

장애인 체육계의 '미녀 총잡이' 김임연(38.지체장애 2급.국민은행 소속) 선수가 다섯 살 연하의 역도 코치와 화촉을 밝힌다.

예비 신랑은 비장애인으로, 상무와 제주도청 실업팀 역도 선수를 거쳐 현재 장애인 역도 국가대표팀의 코치를 맡고 있는 박성준(33.헬스클럽 강사)씨다. 이들은 오는 27일 서울 능동 어린이회관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두 사람은 2000년 10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11회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때 처음 만났다. 당시 김 선수는 사격 대표로, 박씨는 역도팀 코치로 참가했는데 그저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해 3~4월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하면서 다시 만났고, 그 해 9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12회 패럴림픽 때 연인으로 발전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패럴림픽부터 내리 금메달을 따오던 김 선수가 지난해 아테네에선 은메달에 그쳐 크게 실망했는데 박씨가 큰 힘이 돼줬다고 한다. 선수촌 방에 처박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김 선수를 찾아간 박씨는 "다음에 금메달을 따면 되지 않느냐"며 위로했고, 이마에 가벼운 키스를 해주었다고 한다. 박씨는 앞서 올림픽 기간 내내 김 선수의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무거운 짐을 들어주기도 했다.

귀국을 이틀 앞두고 박씨는 "한국에 가면 사귀고 싶다"며 사랑을 고백했고 김 선수는 이를 받아들였다. 마침내 지난해 10월 말 박씨가 청혼해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사생활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주변의 일부에만 결혼 소식을 알렸다.

박씨는 "코치 생활의 애로 등 나의 힘든 부분을 잘 이해해 주고 성격도 좋아 선택했다"면서 "그 쪽(김 선수)의 장애가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김 선수는 "어려울 때 힘이 돼주었고 생활력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라고 박 코치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생겨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때는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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