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발전 속도에 윤리·보안 뒤따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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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의 눈부신 인터넷 발전 속도만큼 윤리 의식.보안 기술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최근 경북 포항공대에서 열린 국제정보과학회(IFIP) 이사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클라우스 브룬슈타인(독일 함부르크대 교수.사진) 회장은 지난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안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달 28일부터 4일간 세계 각지에서 온 30여명의 과학자들과 함께 정보과학 관련 몇 몇 세미나에 참석하고 국내 연구기관들을 둘러 본 브룬슈타인 회장은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독일에서도 한국 정보과학 분야의 높은 수준을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며 "실제로 보니 전국적인 인터넷 발전 수준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또 "로봇.모바일 분야의 연구도 세계를 선도할 만 하다"고 평가하며 "특히 다른 나라들과 달리 'e-뱅킹'이나 'e-코머셜'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법복제 등에 대한 윤리 의식이나 해킹.크래킹에 대비한 보안 관념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아마도 한국엔 그동안 악명높은 바이러스 생산자나 해커가 없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인접국가로부터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이 바로 보안에 집중적으로 신경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의 인터넷 산업에 대해선 다소 과대평가된 면이 있으며 조만간 성장곡선이 한풀 꺾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 곡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정보과학기술 수준을 볼 때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며 "한국만이 특화해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를 찾아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국제정보과학회는 급변하는 정보과학 분야의 선.후진국간 기술 격차를 줄이고 연구업적의 공유를 통한 학문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1960년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창설된 비정부기구(NGO)다.

이번 이사회에선 ▶전자투표.전자금융 등 분야의 개발을 정치인이 아닌 정보과학자들이 주도하고▶정보과학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국가의 정부.대학기관에 학회 회원들을 보내 강의와 연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며▶각국 정보과학회의 연구성과를 디지털화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구축할 것 등을 결의했다.

한편 한국정보과학회도 이론 중심에 머물러 있는 정보과학 관련 대학교재를 현실에 맞게 고쳐나가며 일본.중국 등 인접국과 유비쿼터스.전자계측 분야의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필규 기자<phil9@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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