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직영 마찰’ 일단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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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총무원의 직영사찰 일방적 지정’으로 불거진 조계종 총무원과 봉은사 간의 갈등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24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일요법회에서 “지난 3월 시작된 길고 길었던 아픔, 총무원과의 싸움은 주지로서의 부덕함, 수행자답지 못함 때문이었다. 신도들에게 머리 숙여 참회를 올린다”고 말했다. ‘봉은사 사태’와 관련해 명진 스님의 공식 사과는 처음이다. 명진 스님은 올 3월 총무원 측이 봉은사 운영에 대한 전반적 권한을 갖는 직영 사찰 전환을 선언하자 이에 강력 반발해왔다.

 명진 스님은 또 “지난 금요일(22일) 저녁 도법 스님을 비롯한 화쟁위원회 스님들과 함께 총무원장 스님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7개월간 진행된 봉은사 직영화 문제에 대해 ‘수행자답지 못한 언행으로 화쟁위원 스님들과 총무원장 스님, 그리고 종도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분란을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참회했다”며 “총무원장 스님도 제 말을 듣고 ‘봉은사 사부대중과 원만히 해결하기로 약속한다. 현재 한국불교가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것은 전부 스님들 잘못이다. 신뢰받는 불교가 되도록 봉은사가 앞장서 달라’는 당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일요법회를 마친 뒤 명진 스님은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차기 주지 선임안’ 등에 대해 조정에 나선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의 권고안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징계 여부에 대해서도 “털게든 꽃게든 다 받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나 총무원 측은 따로 입장을 발표하진 않았다. 총무원 측도 화쟁위의 권고안을 따른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총무원 관계자는 “화쟁위 권고안에 대해 봉은사 측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그동안 관건이었다. 명진 스님이 오늘 밝힌 수용 입장에 대해 총무원 내부에선 다행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화쟁위원회의 권고안은 일단 총무원으로 넘어갔다. 불교계에선 ‘봉은사의 직영사찰 지정, 명진 스님 등에 대한 징계안 철회, 총무원장에 의한 차기 주지 선임’ 등을 골자로 한 상생적 대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명진 스님의 주지 임기는 다음 달 13일까지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인사위원회를 꾸려 조만간 차기 주지를 임명할 예정이다.

   백성호·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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