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재발 시 대책 합의 못해 캐나다 쇠고기 수입 협상 결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광우병(BSE·소해면상뇌증) 발생으로 중단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 위한 협상이 결렬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1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안산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한-캐나다 쇠고기 수입 기술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30개월 미만의 뼈를 포함한 쇠고기를 수입하되 내장 부위는 제외한다는 데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척수와 회장원외부(소장의 끝부분) 등 광우병 유발물질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특정위험물질(SRM)만 제외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보다 상당히 강화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측은 광우병이 다시 발생했을 때의 처리 절차를 두고 팽팽히 맞섰다. 한국 측은 광우병이 추가 발생하면 사실상 수입금지에 해당하는 검역 중단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캐나다 측은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유지하는 한 수입금지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는 광우병이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지만,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점이 인정돼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위험통제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수입 시기에 대해서도 캐나다 측은 ‘고시 예고→의견 수렴→국회 심의’로 이어지는 한국의 수입재개 절차를 단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한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는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양국의 의견이 어느 정도 접근한 만큼 양자 협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캐나다의 요청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구성된 패널 협의로 갈 경우 더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익명을 원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입검역 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WTO 패널에 간 경우 수입국이 승소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캐나다 측은 30개월이라는 월령과 내장 수입 금지 조건을 받아들였지만 패널에서는 이런 조건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량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수출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한국의 수입량은 7만3625t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의 3만1882t보다 131%나 늘어난 양이다.

특히 수입량은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 폭이 커지고 있어, 올 연말께면 10만t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