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샘물처럼 '묵상의 편지' 잔잔한 입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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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오늘 잡지 '좋은 생각'을 읽던 중에 마음에 닿는 부분이 있었다. 사랑하는 일은 마치 화초를 기르는 것과도 같다는 것이다. 정성껏 보살펴야 화초가 잘 자라듯이 사랑 역시 끊임없는 손길과 애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랑은 선택이다. 사랑하기로 선택했다는 것은 상대에게 충실하겠다는 약속이다."

(2월18일자 '사랑은 선택이다' 중에서)

"요즘 하버드 의대를 중심으로 대체의학이 뜨고 있다. 대체의학의 중심 개념은 마음과 질병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마음가짐이 건강에 결정적인 관계가 있듯 사회 역시 그러하다. 베풀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가는 곳마다 불평불만이 많아진다"

(3월2일자 '마음과 경제' 중에서)


"삶에 대한 관점이 우리 삶을 규정한다. 삶을 파티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쾌락이 최우선일 것이고, 삶을 경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국은 시간에 쫓길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은 삶을 무엇이라 규정하고 있을까?"

경기도 구리시 두레교회 김진홍(66.사진(上)) 목사가 손수 써 매일 7만5000여 회원에게 보내는 '아침 묵상 메일'이 화제다. 200자 원고지 4장 내외의 짧은 글, 그러나 울림이 적지않다. 앞의 메일 인용에서는 성경 이야기가 섞여있지만, 실은 보편적인 주제 쪽이 더 많다. 분명한 것은 그의 메일은 잠시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청량제라는 점이다.

더구나 존경받는 중진 목사의 글이기 때문에 삶의 무게까지 감지된다. 1970년대 이후 청계천 철거민을 끌었던 목회자, 이후 건설한 남양만 공동체 운동의 맨 앞 줄에 서있는 교회지도자이기 때문이다.

2003년 7월 시작된 아침 묵상 메일은 김목사의 맨 얼굴과 최근 생각의 편린을 엿보는 재미도 느끼게 한다. 지난 2월에 보낸 3회에 걸친 '재테크 소개 시리즈'가 그것이다. 목사가 웬 재테크인가 싶었더니 최근 단순한 삶을 실천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가위로 싹둑 잘라버렸다는 고백이다. 이후 삶의 여유를 되찾았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최근 최대 기독교 NGO인 '기독교사회책임'에 참여한 소신파답게 메일에서 보혁 논쟁도 펼치지만, 솔직담백한 어투는 상대를 무장해제시킨다.

"얼마 전 나와 운동을 함께 했던 친우가 꾸지람(?)을 한 적이 있다. 왜 보수 쪽으로 변질됐냐는 것이다. 그때 답하기를 내가 변한 것은 사실이나 변질이 아니고 성숙이라 답을 했다."

말인즉은 참된 보수란 우리가 지켜온 값진 것들을 지키면서 자기혁신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라는 고백이다. 그 앞에 논리의 칼을 들이밀기란 쉽지 않다. 최근 대형화 추세 속에 비난 받는 교회에 대한 생각을 담은 메일도 경청할 가치가 높다.

"지난 일제시대 한국 교회는 겨레의 희망이었다. 그에 대한 보답이었던지 교회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현재 1000만명이 넘는 교세를 이뤘다. 그러나 성장의 뒷면에는 그늘도 있어 근년 들어 교회는 매스컴들로부터 비판받게 되는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그의 자성은 한국 교회의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낙관론으로 이어진다. 평신도들의 수준 향상, 믿음과 행함이 하나로 되어야 한다는 흐름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이 그 이유다. 김 목사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가치관운동.정신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아침 메일을 시작했다. 매일 받아보는 메일의 하단에 이웃의 메일 주소를 소개하면 그분에게도 자동으로 보내진다. 매일 저녁 일기를 쓰듯 글을 매만지는 재미가 솔찮다"고 밝혔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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