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제주 돌하르방 본래 모습 되찾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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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자신들이 재현한 돌하르방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남흥 대표(앞줄 맨 왼쪽)와 그의 후배들.

퉁방울 눈에 주먹코, 그리고 머리엔 벙거지를 눌러 쓴 돌하르방-. 제주 토박이 청년 예술인들이 모여 그 돌하르방의 원형을 재현해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돌하르방 공원'을 만들고 있다.

주인공은 제주도 북제주군 조천읍 북촌리 '제주돌하르방공원' 의 김남흥(38) 대표와 그의 대학 후배인 이옥문(37).이창현(36).강동섭(33).오차욱(32).김지용(32)씨.

이들은 제주도 전역에 흩어져 지역별로 그 모습이 조금씩 다른 48종류의 돌하르방을 최근 원형 그대로 재현해 공원 700여 평의 공간에 전시해놓았다. 상업적 용도 등으로 아무나, 아무렇게나 만들다보니 그 모습이 워낙 제각각으로 달라지고 본래 모습까지 헷갈리게 되는 돌하르방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취지에서다.

돌하르방 재현 작업은 최고참 선배인 김 대표가 주도했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화가 생활을 하던 그는 제주 고유의 아름다움을 찾아다니다가 돌하르방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는 2000년 초 그림을 팔아 푼푼이 모은 돈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북촌리에 1000여 평의 땅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곳에 틀어박혀 돌하르방 재현작업에 들어갔다. 지방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제주 곳곳의 돌하르방을 찾아가 크기를 실측하고 흙으로 모형을 빚은 뒤 다시 작업장으로 돌아와 원형대로 만드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화실을 운영하는 후배들, 그리고 정보기술(IT) 업체 등에서 일하는 친한 후배들이 이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람있는 일인 것 같다. 같이 해보자"며 합류했다.

그러나 서양화와 디자인 등을 전공한 김씨와 후배들에게 돌을 다듬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도내 조각 전문가와 석공 등에게 물어가며 손에 피멍이 들도록 망치와 정을 휘둘러 돌하르방을 한개, 한개 재현해나갔다. 여섯명이 5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공을 들인 끝에 48개를 모두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돌하르방은 1754년 김몽규 제주 목사(牧使)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돌하르방의 투박한 아름다움은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을 통해서만 제대로 표현할 수 있지요."

이들은 이제 돌하르방에 관한 한 전문가적 식견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김 대표는 "지금은 재현한 돌하르방을 모아 전시하는 정도지만 앞으로 4~5년 내에 학습관.체험시설 등을 두루 갖춘 번듯한 돌하르방 공원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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