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여러분, 합의 안 하면 귀국 비행기 안 띄울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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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앞줄 왼쪽서 일곱째)이 22일 오후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환영 연설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은행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이 대통령,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 찰스 빈 영국중앙은행 부총재, 짐 플래어티 캐나다 재무장관, 존 머레이 캐나다은행 부총재. [조문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경주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 G20 국가들의 정책 공조와 실천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환영연설에서 “중요한 결정을 못 하고 다음으로 미루면 세계 경제가 상당한 위기를 맞고 불안해질 것”이라며 “그러면 우리가 세계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 해를 끼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G20이 다음 회의에서 합의하자는 ‘합의’는 잘하는데 실제 이행은 계속 다음 회의로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토론토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서 ‘서울에서 합의하자’는 언급이 아홉 차례나 반복됐다고 예를 들기도 했다. 또 G20의 역할에 대해 회의하는 이들이 많다고 거론하면서 G20이 최상위 포럼으로 계속 남기 위해선 반드시 서울 회의가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여러분이 합의를 안 이룬다면 제가 어쩌면 여러분이 돌아가실 때 버스나 기차나 비행기를 가동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여러분, 참고하시기 바란다”며 합의를 강하게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주요 의제 가운데 ▶거시정책 국제 협력(환율)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조정 ▶글로벌 금융안전망 ▶개발 의제를 직접 거론 했다. 환율과 관련해선 피츠버그 회의에서 합의한 ‘거시정책 국제 협력(프레임워크)’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G20은 경상수지 적자국은 민간 저축을 늘리고 경상수지 흑자국은 내수를 진작하는 방향으로 중기정책 체계를 만들고 각국이 이를 서로 평가하자고 합의했다.

 회의 첫날 참석자 들은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 각국의 경상수지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이내로 제한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논의했으나 찬반이 엇갈렸다.

 이에 앞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회원국에 보낸 편지에서 경상수지 규제와 함께 G20 신흥국의 환율시장 개입 자제, G20 회원국에 대한 IMF의 정책 감시 기능 강화 등을 제안하면서 이에 대한 진전이 있을 때 쿼터 재조정을 포함한 IMF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제 상황에 맞게 환율을 좀 더 조정하자 는 선진국의 제안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IMF 개혁 요구가 주고받기 식으로 해결될 경우 23일엔 이를 반영한 ‘경주 선언’이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 

경주=서경호·김경진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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