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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문제로 건설업계 전체 매도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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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일부 건설공사에서 높은 낙찰률과 더불어 저가 하도급, 건설업체의 로비 관행 등이 비판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건설공사는 입찰 경쟁률이나 협상 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진다. 큰 수익을 얻는 프로젝트도 있는 반면, 적자 공사도 허다하다.

특히 공공공사는 최저가 낙찰제 아래에서 원가를 보전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주택사업도 마찬가지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발목이 묶이거나 미분양이 확대되면서 부도로 치닫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일부 공사에서 높은 수익을 얻었다고 해서 해당 건설업체를 부도덕한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건설업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5%로 제조업의 6.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민자사업은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소 운영수입 보장 폐지와 더불어 건설보조금의 대폭 축소 등으로 사업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일부 과거의 사례를 가지고 민자사업의 수익성이 높다는 비판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턴키 사업도 최근 가격경쟁이 강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상설심의제도가 도입되면서 설계 심의 과정의 비리도 크게 축소됐다. 최근에는 심의위원의 재산공개까지 추진되고 있다.

 저가 하도급 폐해도 그동안 고질적인 병폐였으나 최근에는 현격히 개선됐다. 일례로 지난해 정부 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 업체의 3.8%만이 불법 하도급 행위로 적발됐다. 이는 그동안 정부와 건설업계에서 불법 하도급 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하도급 저가심의를 강화했고, 필요 시 발주자가 하도급 대금을 직불하는 방식도 도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다단계 또는 저가 하도급 폐해가 계속 잔존하는 이유는 시공능력이 없는 건설업체가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무늬만 건설회사인 페이퍼 컴퍼니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고, 원도급자의 직접 시공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해 최저가 낙찰제를 축소하고 선진국처럼 실비보상방식(cost plus fee)을 확대해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는 민관 합동으로 수년간 작업 끝에 ‘건설산업 선진화 대책’을 마련하고 건설업 등록제도부터 입찰·보증·하도급 제도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바꾸는 등 건설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부도덕한 업체나 로비에 의존하는 업체가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건설업계가 스스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만큼 최저가 낙찰제의 확대나 미분양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산업에 대해 보다 많은 격려와 관심이 있길 기대한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