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 “G20 정상 숙박료 깎아줄까요?” MB “왜 할인해주나 … 제값 다 받아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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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할인? 제값 다 받아야지.”

 다음 달 11~12일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할 해외 정상들의 호텔 숙박료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G20과 관련된 일이라지만, 어쩌다 대통령이 호텔 숙박비까지 챙기게 됐을까. 사정은 이렇다. 이번 정상회의로 최대 특수를 누리게 된 곳 중 하나가 서울시내 특급호텔들이다. 정상들이 묵는 여섯 곳 외에도 거의 모든 특급호텔의 객실이 동난 상태라고 한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도 “개별적으로 오는 외신기자들 숙소를 제외하고도 현재 특급호텔의 3000여 객실이 예약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약이 몰리자 호텔업계는 오히려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대통령까지 “단군 이래 처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하는 국가적 행사인데, “호텔들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나올까 불안해진 것이다. 그래서 업계는 최근 정부 측에 “정상들 숙박비를 어느 정도 할인해 줘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의아해하며 “호텔들도 이익을 내야지, 왜 할인을 해주느냐”고 말했다 한다. 그러면서 “호텔들이 눈치를 보지 말고 숙박비를 알아서 받으라”고 했다 한다. 해외 정상들의 경우 경호를 위해 객실을 미리 빌리는 데다, 각종 장비도 설치해야 하는 만큼 이들의 숙박비는 일반 투숙객보다 비싸게 받는 게 국제 관례라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G20 회의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이긴 하지만, 이것 때문에 개인이나 기업이 희생해야 하는 일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이런 방침을 확인한 호텔업계는 요즘 싱글벙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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