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의 샤론’ 조각상 전시 … 지지자·가족 “모욕”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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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키숀 갤러리에 있는 아리엘 샤론 전 총리의 밀랍상. 21일(현지시간) 전시가 시작된다. [텔아비브 AP=연합뉴스]

200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아리엘 샤론 전 총리 모욕 논란으로 이스라엘이 시끄럽다. 한 예술가가 만든 그의 실물 크기 밀랍 조각상 때문이다. 문제의 작품은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은 샤론의 지지자들이 이 작품을 전시하는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샤론은 현역 시절 극우파로 분류됐다. 2000년 무장경찰을 대동하고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봉기)를 촉발시켰다. 2005년 가자지구 철군을 단행, 중동 평화의 새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불과 5개월 뒤 쓰러졌다.

 샤론의 조각상을 만든 노엄 브라슬라프스키는 자신의 작품이 “천국과 이승 사이에 걸려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풍자”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각상이 눈을 뜨고 있지만 보지 못하는 점을 강조하며 “(현) 정부의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샤론이 이끌었던 카디마당 소속 요엘 핫손 의원은 그의 작품을 본 뒤 “여기에 예술은 없고 단지 구역질 나는 관음증뿐”이라고 비난했다. 샤론 가족의 대변인도 “샤론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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