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합동전력사령부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워싱턴 DC 남쪽 버지니아주 노퍽에 본부를 둔 미국 합동전력사령부(USJFCOM)는 1999년 창설 이래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를 선도해 온 실험실이다. 더불어 강화된 전력을 전 세계 분쟁지역에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보급소 역할도 담당해 왔다. 두 달여의 접촉 끝에 합동전력사의 핵심 부서인 ‘합동전투센터’(Joint Warfighting Center)에 대한 취재허가를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받아내 지난달 13일 방문했다.

 합동전투센터의 기술담당국장 팀 베이커는 “육·해·공·해병대가 유기적으로 함께 전략을 구사하고 훈련하지 않고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교훈에서 이 센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가는 곳마다 초록(육군)·빨강(해병대)·하늘색(공군)·파랑(해군)의 깃발과 휘장, 계급장을 단 군인들이 어울려 있었다. 이날 취재안내를 맡은 이들도 기술담당은 해군, 시뮬레이션 모델 개발담당은 육군, 교육훈련 담당은 해병대 출신이었다.

 먼저 핵심 부서인 ‘합동훈련·실험 네트워크’(JTEN)의 통제실에 들어가보니 미국 내 주요 군사기지는 물론 세계 동맹국 주둔 부대 등 전 세계 250곳의 기지가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었다. 연결된 총 거리만 8만2000㎞. 통제실 옆 보안상황실에서는 세계 지도를 펼쳐 놓은 듯한 대형 스크린 위에 전 세계의 훈련 일정이 일목요연하게 나타나 있었다. 베이커는 “뉴욕의 육군 사령관이 JTEN을 통해 노스캐롤라이나의 공군 부대와 하와이의 해군 부대를 불러 함께 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미국 본토에 대형 지진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이 진행 중이었다. 대형 스크린에 지진 발생으로 폐허가 된 도시가 나타났다. 비행기나 헬기 위에서 폐허가 된 도심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두 동강 난 고가도로, 불타는 아파트, 해일에 휩싸인 해안가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합동작전 지휘관은 화면에 나타난 상황을 파악한 뒤 육·해·공·해병대 병력과 장비들을 필요한 곳에 배치했다.

시뮬레이션 담당관 존 비네트는 “이 영상은 모두 가상으로 꾸민 것이다. 하지만 실제 전장에서 미군 지휘관은 공군의 무인비행기 프레데터를 활용해 이와 거의 동일한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며 “가상현실을 통해 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경험해 둠으로써 실전 대응 능력을 높인다”고 말했다. 전투 훈련도 똑같은 방식이다.

 센터 안에는 스튜디오와 전송 기자재 등 민간방송국 뺨칠 정도의 최신 시설을 갖춘 방송국이 있다. 이곳은 병사들에게 국방 관련 소식을 전하는 군방송국이 아니다. 여기에선 전쟁 또는 국가 재난사태처럼 군과 관련된 가상의 뉴스를 제작, 매일 작전 수뇌부에 전달하는 일을 한다. 군 관련 상황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고 어떤 식으로 여론이 형성되는지를 사전에 파악하도록 함으로써 군 수뇌부의 판단 실수를 막자는 ‘미디어 트레이닝’인 것이다.

 한편 미 국방부는 지난 8월 합동전력사령부의 해체 방안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합동성의 중요성을 경시한 탓이 아니다. 이제 미군 내에서는 합동성이 충분히 정착됐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합동전력사 측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령부가 해체되더라도 우리의 기능은 합참 어느 곳에서든 반드시 유지시킬 것임을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명백히 했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최상연·김정욱(워싱턴)·박소영·김현기(도쿄)·이상언(파리) 특파원, 예영준·김한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