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수리비 반환” 애플 상대로 손배소 … 13세 당찬 여중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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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내 기준을 따르지 않고 있는 아이폰의 애프터서비스(AS) 정책에 대해 처음으로 소비자 소송이 제기됐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중학교 1학년 이모(13)양은 애플의 국내 법인인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아이폰 수리 비용인 29만400원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지난 2월 이양은 아버지로부터 생일 선물로 아이폰 3GS를 받았다. 머리맡에 두고 잘 정도로 애지중지하던 아이폰은 8개월 만인 지난 4일 고장 났다. 아이폰의 보증기간은 1년이다. 이양은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AS센터를 찾았다. ‘작동 불량’으로 무상수리 대상이라는 접수증과 함께 일주일 뒤 ‘리퍼폰(고장 난 아이폰을 새 것처럼 수리한 교체용 제품)’이 입고되면 주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그런데 이틀 뒤 “아이폰에 침수 흔적이 있어서 무료수리 대상이 아니다. 수리비 29만400원을 내야 한다”고 AS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이양은 다시 AS센터를 찾아가 “물에 빠트리거나 물기에 닿게 한 적이 없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AS센터 측은 “아이폰에 붙어있는 ‘침수 라벨’이 흰색에서 붉은 색으로 변색됐다”며 무상 수리를 거부했다. AS센터에는 이양처럼 “미국 본사의 AS 정책 때문에 무상 수리는 어렵다”는 상담원에게 언성을 높이는 고객이 많이 있었다. 이양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양은 관련 기사를 찾아봤다. 습기가 많은 홍콩에서는 침수 라벨의 색깔이 변한 경우가 많다는 기사가 있었다. “소비자의 권리도 중요한 것 아니냐”는 이양에게 소송을 권한 건 아버지 이모(54)씨였다. 한 법무법인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이씨가 미성년자인 딸의 대리인을 맡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소장을 작성했다. 소장에는 ▶제품 분해 등 점검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관만 보고 침수됐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고 ▶아이폰이 습기에 약하다거나 침수 라벨을 통해 이를 점검할 수 있다는 정보를 알리지 않았으며 ▶침수 라벨 부분에 덮개를 만들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담겼다.

 이씨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획재정부 고시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 따르면 품질보증기간 내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하자가 발생하면 무상 수리를 해주도록 하고 있다”며 “애플은 미국 회사지만 우리나라에서 영업을 하는 이상 이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장을 작성할 때 ‘아이폰 무상 수리’ 대신 수리 비용을 청구했다. 이미 유상 수리 서비스를 받은 소비자들도 집단소송 등을 통해 수리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소송과 관련해 애플코리아 측은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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