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무덤에서 남자 옷, 남자 무덤서 여자 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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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저고리

여자 무덤에서 나온 남자 옷과 남자 무덤에서 나온 여자 옷-.

 우리의 희귀한 장례 풍습을 보여 주는 기획전이 19일부터 연말까지 경북 문경시 새재 옛길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2006년 9월 문경시 영순면에서 묘 3기를 이장하면서 미라와 함께 발굴된 전주 최씨 일가의 출토 복식 유물 70여 점 전체가 처음 공개된다.

 무덤의 주인공은 전주 최씨로 임진왜란 전인 1500년대 후반 문경으로 들어온 입향조 최진과 부인, 그리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가족이다. 최진은 당시 장사랑이라는 하급 무관을 지낸 양반 신분이었다. 출토 유물은 바지부터 중치막·저고리·장옷·적삼·버선·짚신 등 복식류와 명기(도자기)와 나무로 만든 삽 등도 포함됐다.

여자 모자

 가장 관심을 끄는 복식은 중치막이다. 중치막은 그동안 문헌으로만 전해 오다 유물로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 옷은 남자 옷인 데도 이례적으로 부인의 무덤에서 나왔다. 또 최진의 무덤에서도 부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여자의 저고리가 나왔다.

 이는 수례지의라는 풍속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수례지의는 배우자나 형제·친척·친구 등이 망자의 관에 자신의 옷을 넣어 주는 것을 말한다. 비슷한 사례로 관직이 높은 신하가 죽으면 왕실에서 군사인수라 하여 옷을 내려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유물은 복식사적·문화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어 2009년 4월 문화재청으로부터 중요민속자료 제259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옛길박물관 안태현 학예연구사는 “출토 복식은 전시가 끝나면 수장고에 넣고 그 뒤로는 복제품을 전시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는 진품을 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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