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레슨] 집 한 채 남은 은퇴생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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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고령화 사회의 핵심은 경제 활동기에 벌어놓은 수입보다 은퇴 후에 훨씬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데 있다.

평균적인 한국 남자가 27세에 취업해 55세에 은퇴한 뒤 73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28년간의 수입으로 46년간을 생활해야 한다. 게다가 퇴직 후 18년간은 소득이 없는 채 살아야 한다. 젊었을 때부터 '노후자금용 통장'을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우습게 넘겨선 안되는 이유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부동산에만 남달리 집착한다. 재테크건 노후준비건 부동산이라는 '종합통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평균적으로 은퇴한 뒤 별다른 소득원이 없는 상태에서 3억원 가량의 집만 한채 남은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먼저 집을 처분한 뒤 그 돈을 노후생활비로 사용하도록 하자. 자식들과 함께 생활하거나 집값이 최대한 싼 동네에서 전세로 살면서 주택 처분 후 남은 자금은 가입한 즉시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즉시연금형 상품'에 가입하는 게 효과적이다.

즉시연금형 상품은 규칙적으로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게 설계돼 있는데 은행의 노후생활연금신탁이나 연금예금, 보험사의 즉시연금식보험 등이 있다.

역모기론도 추천할 만하다. 평생 돈을 벌어 집은 샀지만 노후생활을 위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노년층을 위해 만들어진 대출제도가 역모기지론이다.

현재 갖고 있는 집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 노후에 생활비로 사용하다가 대출자가 사망하면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형태다. 사망 후 자식들에게 집 한 채는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만 접는다면 매우 합리적인 방법이다. 다만 지역 간 주택가격 차이가 심하므로 주로 대도시에서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 유리하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주거.휴양 시설인 실버타운 입주도 생각할 수 있다. 실버타운에 들어가려면 분양을 받거나 종신이용권을 사거나 회원권을 사면 된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권을 형성하기 때문에 특히 독거 노인의 경우엔 여유자금만 있다면 적적함을 달래며 외롭지 않게 생활할 수 있다.

박은영 KFG 컨설턴트(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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