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 확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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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후 15년이면 대상이 되는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지금 일대 전환을 맞고 있다. 정부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가구 수가 늘어나는 ‘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검토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서다. 가구수가 늘어나면 일반분양으로 생기는 수익금을 리모델링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으므로 리모델링 추진에 날개를 달 수 있다. 성남 분당, 고양 일산, 안양 평촌 등의 200만 리모델링 대상 가구들이 제도 변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정부 입장 11월 발표

당초 국토해양부는 지난 9월3일 예정됐던 리모델링 공청회를 통해 아파트 가구 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입장을 공개할 계획이었다. 공청회 직전 국토부가 한 리모델링 조합에 보낸 공문에는 ‘준재건축 도입’ 방안에 대해 발표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준재건축은 기존 주택을 유지, 보수하는 기존 리모델링과 달리 가구수를 늘리는 리모델링의 개념을 명확히 하려고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제도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9월 예정됐던 공청회는 열리지 않고 무기한 연기됐다. 예상했던 것보다 검토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 설익은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토부 임태모 주거정비과장은 “증축 리모델링을 하려면 검토할 관련 법령과 조례가 너무 많아 아예 종합적인 리모델링 제도를 만들기 위해 공청회를 일단 연기하기로 했다”며 “관련 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 등과 의견을 더 나누고, 해외 사례, 재건축 등 다른 제도와의 형평성 등도 검토해 종합적인 리모델링 제도안을 내놓으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증축 리모델링에 대해 연구용역을 준 LH토지주택연구원이 최종 보고서를 내야 하는 마감일은 오는 12월 9일이다. 국토부는 하지만 최종 보고서를 내놓기 전부터 이미 연구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정부의 최종 계획을 11월 내에는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르면 11월 공청회를 열어 가구수 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정부 입장을 공개하고 제도 도입 일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리모델링 활성화시키자”는 기본 입장은 확고

가구 수를 늘리는 리모델링, ‘준재건축’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는 현재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연구 용역을 책임지고 있는 LH토지주택연구원 윤영호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4가지 방향에 대해 정부가 입장을 정했다. 먼저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되는 제도 만들자’는 것이다. 정부 성향에 따라 어떤 때는 재건축이 유리하고, 어떤 때는 리모델링이 유리해지는 한시적인 제도는 지양하자는 입장이다. ‘리모델링은 물론 재건축을 억제하는 게 아닌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자’는 방향도 정했다. 이와 관련 가구수 증축이 가장 핵심적인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수익률이 발생하는 데 따른 부작용은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리모델링이 재테크 수단보다는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 강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자체 특성에 맞게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 권한을 대폭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윤영호 연구위원은 “정부가 새로 내놓을 리모델링 제도는 중앙정부는 기본 방향만 제시하고 지자체가 증축 범위 등 세부 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활성화 방안도 내놓을 듯

논의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수직증축에 따른 안정성과 재건축과의 형평성이다. 먼저 수직증축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로 짓는 게 아니라 기존 건축물의 구조물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 기존 건축물의 ‘이력관리’가 돼 있지 않아서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기 신도시에 지어진 대부분 공동주택이 어느 정도 무게를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는지, 설계된 대로는 시공은 됐는지, 개보수를 어느 정도 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건축물의 구조를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공사를 할 때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윤영호 연구위원은 “재건축에서 ‘안전진단’은 건물을 헐 것인지, 말 것인지 차원의 검토만 하면 되지만 리모델링에서의 안전진단은 ‘건축물을 사용 한다’는 전제로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니 만큼 난이도가 훨씬 더 복잡하다”며 “어떤 제도를 도입하면 안전성에 대한 논란을 없앨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과의 형평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떤 지역에선 재건축을 해도 가구수 증가율이 10%도 안되는 경우도 있다. 기존 용적률이 너무 높으면 재건축을 해도 가구수가 늘어나긴 커녕 줄어드는 곳도 나올 수 있다. 준공 후 20년이 넘어야 가능하고, 기반시설 분담금 등 각종 부담도 많은 재건축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리모델링 보다 수익면에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국토부는 현재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서로 단지 특징에 따라 불만이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임태모 과장은 “일반적인 리모델링은 기존 주택을 더 오래 쓰려고 하는 만큼 사업 절차를 단순화시키는 등 혜택을 줬지만 가구수가 늘어나는 증축 리모델링을 할 경우엔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며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어느 분야에 더 특혜를 주는 제도가 되지 않도록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영호 연구위원은 “준재건축 도입을 할 경우 형평성 차원에서 재건축 활성화를 시키기 위한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도 같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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