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견 미군 작전권 놓고 라이스·럼즈펠드 힘겨루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콘돌리자 라이스(사진 (左)) 미 국무장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미국 역사상 가장 막강한 '독불장군'으로 평가된다. 두 사람이 해외 파견 미군의 작전권을 놓고 첫번째 힘겨루기를 시작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지금까지는 각국에 파견돼 있는 미국 대사가 최종적인 명령권자였다. 현지 대사는 중앙정보국(CIA) 등과의 협의를 거쳐 미군의 작전 승인 여부를 결정해 왔다. 이 때문에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방부의 특수부대가 파키스탄에서 작전을 벌이려다 주재국 대사가 반대해 철수하기도 했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당시 주 파키스탄 대사는 "특수부대가 민간인 복장으로 수류탄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등의 위험한 행동을 해 자칫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불만이 크다.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특수부대를 비밀리에 투입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발목이 잡히면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국방부는 주재국 대사에 대한 보고 절차를 없애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국방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자유롭게 군사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국방부는 "9.11 테러 이후는 전쟁과 마찬가지니 규제를 풀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단호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 없는 군사행동은 위험하며 자칫하면 다른 기관에도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럼즈펠드는 집요한 인물이다. 미 의회가 벙커 파괴 소규모 핵폭탄 개발을 거부하자 다음 회기에 다시 예산항목에 포함시켰을 정도다. 라이스의 전임인 콜린 파월은 럼즈펠드와 4년간 싸우다 결국 밀려났다. 이번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