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남짓 유럽 배낭여행을 하고 최근 돌아온 '골빈해커' 김진중(27)씨의 말이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사이트는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로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지금까지 게시판에 올라온 음악이 약 400곡. 널리 알려진 유명한 노래들은 아니지만 네티즌의 자작곡, 공개된 게임 음악, 취지에 공감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인의 음반 발표곡 등 출처도 다양하다. 신인의 데모곡도 있어 음악 견본시장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규칙은 간단하다. 저작권자의 허락 아래 올려진 음악은 비영리목적의 개인 홈피나 블로그에서만 출처를 밝히고 쓸 수 있다. 허락없이 올려진 음악은 삭제된다.
"공짜하고 공개는 다르죠. 창작자의 권리나 이익이 보호돼야 한다는 데는 적극 찬성이에요. 하지만 관련 단체의 배만 불려줘서는 안되죠." 최근 자문을 자처한 변호사의 도움말에 따르면 이 사이트 역시 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 관련 단체에 저작권 신탁이 돼 있는 곡일 경우 원저작자인 작곡가 등이 노래를 공개하더라도 신탁단체가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위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면 창작자를 보호하는 원래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란 게 김씨의 생각이다.
김씨의 본업은 프로그래머. 하지만 네티즌들에게는 하루 방문자가 2000~3000명에 달하는 개인 블로그(golbin.net)의 아이디 '골빈해커'로 더 많이 알려졌다. '더주라'는 직장인밴드에서 보컬을 맡을 만큼 음악도 좋아한다. 그는 인터넷상의 음악이 이미 "공기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충북대 통계학과를 다니다 학업보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때 이르게 3년간 사회생활을 경험한 그는 다음달 학업을 마치러 학교로 돌아간다. 학생 신분으로 서버 운영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듯한데 "힘 닿는 데까지 혼자 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글=이후남 기자<hoonam@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anses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