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Online] 음악 공유사이트 운영 김진중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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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이 '1.16 음악대란'으로 이름 붙인 개정저작권법의 발효가 코앞에 닥쳐온 지난달 중순. 네티즌 '골빈해커'의 머리에는 배경 음악이 사라진 개인 홈피나 블로그에 대한 걱정이 문득 떠올랐다. 그 날로 도메인을 구입, 밤샘 작업을 거쳐 다음날 새벽 문을 연 것이 배경음악 공유사이트 프리비지엠(www.freebgm.net). 초기화면에 그 흔한 동영상 하나 넣지 않은 이 소박한 사이트는 40여 일이 지난 지금,'음악 없는 블로그'를 걱정하던 네티즌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루 방문자가 2만~5만명쯤 돼요. 회원에 가입하지 않아도 음악 내려받기가 가능한데도 회원 수가 여행가기 전 900여 명에서 4000여 명으로 늘었더군요. 저도 놀랐습니다."

열흘 남짓 유럽 배낭여행을 하고 최근 돌아온 '골빈해커' 김진중(27)씨의 말이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사이트는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로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지금까지 게시판에 올라온 음악이 약 400곡. 널리 알려진 유명한 노래들은 아니지만 네티즌의 자작곡, 공개된 게임 음악, 취지에 공감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인의 음반 발표곡 등 출처도 다양하다. 신인의 데모곡도 있어 음악 견본시장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규칙은 간단하다. 저작권자의 허락 아래 올려진 음악은 비영리목적의 개인 홈피나 블로그에서만 출처를 밝히고 쓸 수 있다. 허락없이 올려진 음악은 삭제된다.

"공짜하고 공개는 다르죠. 창작자의 권리나 이익이 보호돼야 한다는 데는 적극 찬성이에요. 하지만 관련 단체의 배만 불려줘서는 안되죠." 최근 자문을 자처한 변호사의 도움말에 따르면 이 사이트 역시 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 관련 단체에 저작권 신탁이 돼 있는 곡일 경우 원저작자인 작곡가 등이 노래를 공개하더라도 신탁단체가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위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면 창작자를 보호하는 원래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란 게 김씨의 생각이다.

김씨의 본업은 프로그래머. 하지만 네티즌들에게는 하루 방문자가 2000~3000명에 달하는 개인 블로그(golbin.net)의 아이디 '골빈해커'로 더 많이 알려졌다. '더주라'는 직장인밴드에서 보컬을 맡을 만큼 음악도 좋아한다. 그는 인터넷상의 음악이 이미 "공기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충북대 통계학과를 다니다 학업보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때 이르게 3년간 사회생활을 경험한 그는 다음달 학업을 마치러 학교로 돌아간다. 학생 신분으로 서버 운영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듯한데 "힘 닿는 데까지 혼자 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글=이후남 기자<hoonam@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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