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브라운관·PDP TV 장점만 쏙 뺀 FED TV 개발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몸체가 뚱뚱한 전통 브라운관 TV의 자리를 벽걸이가 가능할 정도의 얇은 TV들이 서서히 차지하고 있다. 이미 70~80인치가 개발, 시판될 정도로 TV의 자리 바꿈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TV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은 듯하다. 10~20년 앞을 내다보고 또 다른 TV 개발에 바쁘다.

초대형 TV의 대명사인 PDP는 브라운관에 비해 선명하지 않고, 전기가 다소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새로 개발하고 있는 전계방출디스플레이(FED) TV는 얇으면서도 전기도 적게 들고, 브라운관보다 화질이 더 선명할 것으로 연구팀들은 기대하고 있다. 크기도 100인치 등 원하는 만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운관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전자총은 하나다. 여기서 나온 전자들이 유리벽의 형광물질에 충돌해 원하는 색의 영상을 만든다. FED TV는 전자총이 하나가 아니다. 수천만~수억개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초소형 전자총이 화면 가득 있다. 삼성SDI 등에서 개발하고 있는 FED TV의 경우 전자총으로 사용하는 것은 최근 나노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탄소나노튜브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탄소나노튜브를 현미경으로 보면 탄소로 이뤄진 그물망이 튜브처럼 말려져 있는 형태다. 그런 탄소나노튜브 수억개를 특수 페인트에 버무려 기판에 바른 뒤 전기를 가하면 탄소나노튜브의 구멍을 통해 전자가 쏟아져 나온다. 전자들은 색을 표시하는 삼원색의 표시창과 충돌해 컬러 화면을 만든다.

액정(LCD)의 원리는 삼원색 창을 선택적으로 여닫아 컬러를 표시한다. 이를테면 빨간색을 표시하려면 삼원색 중 빨간색 창을 열어줘 형광등 불빛에 빨간색이 나타나도록 한다. 녹색 등 다른 색도 마찬가지다. 반면 FED TV는 전자총별로 겨냥하고 있는 삼원색 창이 정해져 있어 훨씬 더 효율적이다. 탄소나노튜브가 워낙 많아 이렇게 삼원색별로 전자총을 배분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PDP의 경우 두께 2~3mm의 특수 유리판 사이에 네온-아르곤 가스를 채운 뒤 전기를 연결하면 형광등처럼 방전에 의해 빛이 발생한다. 영상을 표시하는 수백만개의 점 하나하나를 이같이 만들어 껐다켰다하는 것이다.

삼성SDI 중앙연구소 기술기획팀 이찬재 과장은 "PDP는 대형 TV를 만들기는 쉽지만 30인치 이하 소형은 상대적으로 만들기 어려우며, 소형으로 만들기 쉬운 액정TV의 경우는 화면이 어둡고, 옆에서 잘 보이지 않는 등 단점이 많다"며 "FED TV는 크거나 작거나를 가리지 않고 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나노 수준에서 다뤄야 할 만큼 작은 탄소나노튜브이기 때문에 정밀하게 조절하기 어렵다. 아직 이런 기술을 개발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수명이 짧은 것도 문제다. 기존 TV의 수명이 5만~6만 시간인데 비해 현재 FED TV는 연구실에서 1만~2만 시간에 머물고 있다. PDP는 브라운관식에 비해 무게는 6분의1, 두께는 10분의1 정도다. FED TV는 이보다 더 가볍고 얇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