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매몰 16일 만에 구조됐던 양창선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1967년 충남 청양군 사양면(현 남양면) 구봉광산에서 매몰사고가 발생해 광부 한 명이 갱도에 갇혔다. 이 광부는 16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기적의 주인공은 양창선(79·충남 부여군 부여읍·사진)씨. 양씨는 40년 전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지상에서 내려보낸 밧줄을 묶은 널판지를 타고 좁은 구멍을 통해 간신히 구조됐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것은 그해 8월 22일 오전 8시. 구봉광산 배수부에서 막장의 물을 퍼내는 일을 했던 그는 건물 50층 높이인 지하 125m의 갱 안에 꼼짝없이 갇히게 됐다. 막장 안을 받치는 갱목이 너무 오래돼 썩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군에 있을 때 해병대에서 통신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망가진 군용 전화기를 이용, 갱 밖과 간신히 연락했다. 여름이었지만 갱도 안은 섭씨 15도 이하였다. 그는 “갱도가 무너져 암흑천지가 됐고 추위 때문에 온몸이 떨렸지만 침착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양씨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로 목을 축이면서 버텼다. 많이 마실 경우 체내의 염도가 너무 저하될 것을 우려해 하루 맥주 컵으로 한 컵 정도만 마셨다고 한다. 그는 “아무것도 먹지 못해 3일까지는 통증이 대단했으나 그 이후는 별 느낌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힘이 빠지면 누워 있다가 잠드는 생활을 반복했다.

16일 만에 구출된 양창선씨. 본명은 김창선이었지만 입영통지서에 양씨로 바뀌어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양씨의 전화 연락이 성공해 ‘생존’이 바깥에 알려지면서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정부 당국이 직접 나섰다. 미국 전문가들도 구조작업에 참여했다. 사고 당시 1m75㎝, 62㎏이었던 그의 몸은 구출 순간 45㎏에 불과했다. 그러나 양씨는 “땅 위로 나올 때 걸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 중 전투를 하면서 일주일 이상 굶은 경험이 생환에 크게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양씨는 “지금도 매년 사고를 당한 시기만 돌아오면 팔다리가 쑤시고 기운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구출된 칠레 광부들도 취미생활 등 좋아하는 것에 몰두해야 사고 악몽을 빨리 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방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