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질하는 사람'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바젤, 미국 시애틀 등 여러 도시에서 '노동자 만세'를 외치고 있는 이름난 공공미술품이다. 일곱번째로 거인을 초대한 주인은 일주학술문화재단으로 시민에게 새롭고 재미있으면서도 뭔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 온 거인은 푸대접을 받았다. 널찍한 터를 잡아 거인을 거인답게 설치한 다른 도시에 비해 서울은 좁은 길 귀퉁이에 우겨 넣었다. 문화에 대한 안목이 부족한 행정당국이 양해해 주지 않아 건물에 바짝 붙여 세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재단 쪽 설명이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걸작을 들여다 졸작을 만든 꼴이 됐다.
이런 예는 또 있다. 1997년 서울 강남 포스코 빌딩 광장에 선 철물 조형물'아마벨'이다. 미국 추상미술의 거장이자 작품 값 비싸기로 유명한 프랭크 스텔라 작품이 온다고 미술계가 환영한 것도 잠시였다. 스텔라는 투명한 유리 외벽과 철제 골격이 비치는 건물에 맞춰 꽃피는 구조물로 제작해 화제가 됐으나 곧 겉모습이 흉하다는 비난에 내몰렸다. '철거해야 한다'와'보존해야 한다'로 옥신각신했고 결국 '아마벨' 언저리를 빙 둘러 나무를 심고 말았다. 멀쩡한 공공미술을 골칫거리'공해미술'로 만든 현장이다.
서울시는 복원하는 청계천 광장에 미국 팝아트 작가 클래스 올덴버그의 대형 조형물을 세운다고 밝혔다. 역사에 남을 큰 공사를 기념하려는 서울시의 선택이다. 우리 잔치에 명함도 못 내민 한국 미술가는 속이 쓰리겠지만, 국제화 도시로 발돋움하려는 서울이 이 정도 조형물쯤 못 세우랴 싶기도 하다.
다만 인증한 작품을 가져다가'망치질하는 사람'이나 '아마벨'같은 천덕꾸러기를 만들지는 말았으면 싶다. 공공미술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은 서울광장에 잔디를 깔거나 스케이트장을 꾸미는 따위와는 다른 일이다.
정재숙 문화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