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VJ특공대' 연출 논란 …시청자 항의 빗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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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의 간판 프로그램인 'VJ 특공대'가 연출 논란에 휩싸이며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지난 18일 방송한 '다 줘도 안 바꾼다! 천정부지 몸값 열전' 편이 방송 참여자에 의해 연출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발단은 골동품 수집을 다룬 이날 프로그램이 시골 주민으로부터 골동품을 싼 값에 구매하는 과정을 내보내면서 불거졌다. 골동품 수집가 정모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취임식 우표 등이 들어있는 우표책을 4만원에 사는 장면이 방송되자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순진한 사람을 속였다'는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그러자 정씨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제작진이 흥정하는 장면을 연출하라기에 가격을 4만원으로 책정하고 흥정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우표책은 촬영 후 돌려줬다"는 해명의 글을 올렸다.

정씨의 해명으로 연출 사실이 밝혀지자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제작진에게 강한 비난을 퍼붓고 있으며, 공개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담당 이금보 PD는 19일 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값비싼 우표가 아니었으며 촬영 직후 우표책을 돌려줬다"고 해명했다.그러나 '연출 논란'이라는 또다른 악재가 터지자 18일 방송분을 제작한 배상만 PD까지 사태 진화에 나섰다.

배PD는 21일 홈페이지에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약간의 오버액션을 주문해 정씨 인터뷰와 행동에 과장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한다"며 "연출상의 실수를 인정하고 편집상의 미숙함으로 벌어진 현 상황을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하고 있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생생하고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이 연출을 한다는 것은 그 생명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며 '프로그램을 아예 폐지하거나 대대적인 개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그대들의 초심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VJ 특공대가 한 때 최고의 프로였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연출을 통해서라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싶었다면, 큰 실수를 한 것"이라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약간의 연출을 했다는 PD의 해명은 연출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VJ특공대는 지난달 방영된 '흔들리는 10대, 길위의 아이들' 편에서 원조교제 현장을 경찰과 함께 급습하는 선정적인 장면묘사로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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