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 화백(1931~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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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호 10면

1992년 우연히 박서보 화백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동유럽을 가게 됐다. 박 화백은 당시 사진작가도 가지기 힘들었던 하셀블래드 골드 카메라를 자랑스럽게 보여 줬다. 그가 수집한 카메라는 100대가 넘는데, 그 사연이 기막히다. 50년대 가난한 화가 시절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하고는 캔버스의 그림을 지워야 했단다. 그 캔버스에 또 다른 그림을 그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으로 남겨 두지 못한 게 한이 돼 60년대 후반부터 카메라를 수집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본인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찍을 정도로 사진가로서도 수준급의 실력을 갖췄다.

[PORTRAIT ESSAY] 이은주의 사진으로 만난 인연

젊은 시절 못 먹어서 바싹 마른 체격에 까만 양복을 입고 명동을 누비던 멋쟁이 박 화백의 별명은 ‘명동 백작’이었다. 올해 화업 60주년 회고전을 준비하고 있는 팔순의 화백에게서는 지금도 ‘백작’이라는 지위에 걸맞은 고품격의 멋이 우러난다. ‘단순하고 겸손하되 섬세하고 우아한’ 그의 작품은 박 화백의 내면을 비추고 있는 거울과 다름없다.



1981년 제3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사진부문 대상 수상.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20여 회 했다. 저서로 사진집 『108 문화예술인』 『이은주
가 만난 부부 이야기』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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