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ejong will turn over in his grave. 지하의 세종대왕께서 화가 나서 돌아누우시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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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호 29면

“펜티 실패하면 물러나겠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어느 한국어 신문의 기사 제목이다. 얼른 보면 “미인계를 쓰다 실패하면 포기하겠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워싱턴 DC의 교육감 미셸 리(한국계 여성)의 말, 즉 워싱턴 시장 Fenty가 민주당 시장후보 경선에서 실패해 재선되지 못하면 자신도 교육감 직을 물러나겠다고 영어로 한 말을 번역한 것이었다. 한국어 신문들은 한국의 불합리한 ‘외국어 표기법’에 따라 Fenty를 “펜티”라고 쓰기 때문에 “펜티 실패하면…” 같은 우스꽝스러운 기사 제목이 나온 것이다. Fenty를 “휀티”라고 쓰면 훨씬 더 원음에 가까운데, 한국의 외국어 표기법은 F나 P나 똑같이 “ㅍ”으로 표기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래서 wife(와입흐/부인)와 wipe(와이프/깨끗이 닦다)를 똑같이 “와이프”라고 쓰고 있는 것이다. 그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처벌당하는 것도 아닌데 한국 신문들은 물론 미국에서 발행되는 한국어 신문들조차 열심히 본국 외국어 표기법을 따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조화유의 English Lessons from Washington <130>

웃기는 예를 몇 개 더 들어보자. 미국 부통령 이름 Joseph Biden을 한국 신문들은 “조지프 바이든”이라 쓴다. Joseph은 “조오셉”이라고 표기하면 원음에 아주 가까운데 “조지프”라니, 정말 웃긴다. George Bush도 “조오지 붓쉬”라 쓰면 될걸 “조지 부시”라고 욕같이 쓴다. English(잉글릿쉬)도 “잉글리시”라 쓴다. 한국에서는 s와 sh를 구별하지 않고 다 “ㅅ”으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원어민 발음을 정확히 몰라서 잘못 표기하는 것으로는 미주리(Missouri/미조오리), 록펠러(Rockefeller/라컵휄러), 루스벨트(Roosevelt/로오즈벨트) 등이 있다. 세종대왕께서 만들어 주신 한글로는 어떤 외국어 발음도 거의 그대로 표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어 표기를 이렇게 웃기게 하고 있으니 지하에 계신 세종대왕께서 화가 나서 돌아누우시겠다. “무덤 속에 묻힌 사람이 화가 나서 돌아눕는다”는 말은 영어로 turn over in one’s grave라 한다. turn over 대신 간단히 turn 또는 roll을 써도 된다.
A: Look at this transliteration of Joseph. Isn’t it ridiculous?

B: It sure is. King Sejong will turn over in his grave! The great king bequeathed Koreans a great writing system, but his posterity doesn’t seem to use it properly. What a shame!

A: Joseph를 음역(音譯)해 놓은 것 좀 봐. 웃기지 않니?
B: 정말 웃기네. 세종대왕께서 지하에서 돌아누우시겠다! 세종대왕은 한국민에게 훌륭한 문자를 물려주셨는데 후손들은 그것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참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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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조화유씨는 최근 『이것이 미국영어회화다』 책과 CD를 출간했습니다. 구입 문의는 JohEnglish@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