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공무원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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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성 공무원들에겐 가사와 육아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또 승진엔 유리하지만 업무량이 많은 부서로 가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두명 중 한명꼴에 이르렀다.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나 야근 등 업무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개발원이 지난해 6~7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5급 이상 관리직 여성 공무원 4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성 공무원의 보직 실태 조사'에서 드러난 결과다.

'공무원 생활 중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8.5%가 '가사.육아.노인 부양'이라고 답했다.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가 31.2%로 뒤를 이었고 '보직 배치.승진의 불이익'과 '야근.출장 등 업무 과중'이 각각 10.6%와 10%였다.

또 이들은 담당 업무를 주요 부서 업무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59.5%에 이르렀다. 인사.총무 등 주요 보직은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높은 벽이다. '보직 배치시 성별이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엔 86.9%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승진에 유리한 부서로 옮기고 싶으냐'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가 47.6%였다. '그렇다'는 52.4%였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야근 등 업무 부담의 과중'(15.7%),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13.6%), '출산.양육 부담'(11.0%), '술자리 등 비공식 문화'(10.5%)를 이유로 들었다. 여성 공무원들이 넘기엔 쉽지 않은 장벽들인 셈이다.

응답자의 76.9%가 '여성 공무원의 인사 관련 경력 개발을 위한 상담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답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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