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U FTA 발효되면 … 셈법 2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현대차‘···’ GM대우‘와우’ 일본업체‘어휴’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으로 자동차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크게 득이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가 올 1~8월 서유럽에서 판매한 차량은 24만1000대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 물량은 1만2000여 대로 전체의 6.6% 수준이다. 소형차는 대부분 유럽 현지에서 생산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관세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 체코공장(연산 30만 대)을 완공했고 일부 소형차는 EU와 무관세 협정을 맺은 터키에서 생산하고 있다”며 “한·EU FTA 체결에 따른 수출 증가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아차는 유럽 수출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42%에 달하기 때문. 모닝·프라이드·쏘울이 수출 주력차다.

한·EU FTA 체결을 가장 반기는 업체는 GM대우다. 유럽에서 판매하는 GM의 시보레 차량 가운데 GM대우에서 생산한 비중이 90%가 넘는다. 유럽은 소형차가 전체 시장의 70%에 달해 소형차에 강한 GM대우의 수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GM대우는 올 1~8월 전 세계에 41만 대의 완성차를 수출했으며, 이 가운데 45%가 유럽으로 나갔다.

르노삼성과 쌍용차도 반기는 분위기다. 북미 수출망이 없어 수출 대부분을 유럽과 러시아에 의존하는 르노삼성은 르노 브랜드를 단 QM5(현지명 꼴레오스)와 SM3·SM5가 관세 철폐로 가격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용차 이재완 상품본부장은 “내년 초 유럽에 출시할 신차 코란도C의 수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명암이 엇갈린다. 우선 독일·프랑스 등 유럽 수입차업체들은 배기가스진단장치(OBD)를 장착하지 않은 차를 국내에 들여올 수 있게 돼 모델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또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되면서 차값을 5% 정도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업체들은 단계적인 관세 인하분을 내년 하반기에 앞당겨 반영해 가격을 인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업체들은 고민이 커졌다. 엔고 영향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한·EU FTA 체결로 유럽차의 가격이 내려가면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일본 업체들은 유럽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차를 국내로 수입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5인승 세단인 아벤시스는 영국 공장에서 생산한다.

김태진 기자



와인 값 13%↓… 이탈리아·스페인산 최대 수혜 예상

무통 카데 3만6000 → 3만1000원
수입업체들 산지 다양화 나서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명으로 와인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내년 7월 한·EU FTA가 발효되면 와인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이다. 현재 와인에 붙는 세금은 관세(15%)와 주세(30%), 교육세(10%) 등이 있다. 여기에 부가세를 포함하면 와인에 붙는 세금은 수입가격의 68%에 달한다. 이 가운데 관세가 철폐되는 것이다.

와인업계는 이번 FTA 체결 덕에 와인 가격이 평균 13%가량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에서 3만6000원 선에 팔리는 보르도 와인 ‘무통 카데’는 3만1000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와인나라 이철형 대표는 “관세가 철폐되면 보다 저렴하게 와인을 접할 수 있게 돼 한동안 주춤했던 와인시장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최대 수혜대상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 와인을 꼽고 있다. 중저가 제품이 많은 데다 최근 빠르게 수입이 늘면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어서다.

와인 수입업체들은 FTA 체결에 맞춰 유럽산 와인 제품군 강화에 나섰다. 와인나라는 3만~10만원대의 유럽산 와인 물량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 유럽산 와인을 테마로 한 대형 시음회를 준비 중이다. LG상사 트윈와인 김수한 대표는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스페인·포르투갈·루마니아 등 유럽 내 다양한 산지의 와인을 들여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와인시장 규모는 7700억원 선이다. 프랑스 와인이 전체 수입의 32.5%(2009년 수입액 기준)를 차지해 가장 많다. 칠레(21.5%)와 이탈리아(16%), 미국(10%)이 뒤를 잇고 있다.

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