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시 논술, 교과서 수준 제시문에 대학별 특징 뚜렷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글=최석호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인문계 논술, 통합논술 경향 강해

2일 경희대 수시 1차 논술고사를 치르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문제지를 교부받고 있다. 2일과 3일 14만 여명의 수험생들이 경희대 등 8개 대학에서 수시 1차 논술고사를 치렀다. [황정옥 기자]

연세대와 이화여대·한국외대 모두 통합논술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연세대는 자연과학적 실험결과나 도표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한국외대는 자연과학적 내용을 비롯해 미술·문학을 아우르는 제시문이 나왔다. 이화여대는 인문계 논술에서도 통계자료에 대한 분석과 수리계산을 요구했다. 종로학원 김명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대학들은 통계와 그림 등을 통해 자료를 분석하는 능력을 측정하고자 했다”며 “논리적 일관성을 갖고 자료분석을 한 뒤 논제에 맞춰 설득력 있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능력이 고득점 열쇠”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과학적 탐구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의 제시문을 준 뒤 각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술하는 문제와 제시문의 결과를 주고 문제에서 제시한 표를 참고해 다른 입장을 평가하는 사회계열 논술문제가 까다로웠다. 이화여대의 경우에는 ‘이동통신 기기를 갖고 있느냐에 대한 응답자의 성별 구성비’를 묻는 5번 수리논술 문제가 변별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어제시문이 출제된 경희대와 한국외대는 제시문의 어휘수준과 내용이 평이했다. 독해능력보다는 제시문의 요지를 파악·요약하는 능력에 따라 점수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는 공리주의와 개인주의에 대한 제시문을 요약한 뒤 공통점과 차이점을 쓰고, 특정 관점을 비판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한국외대는 제시문과 자료의 상관관계를 읽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문제를 분석하는 통합적 사고능력을 평가했다. 건국대는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과 유명 저서, 고교 교과서 지문 등을 제시문으로 활용했다.

자연계 논술, 미적분 문제 상당수 출제

자연계 논술은 대학별로 예년 출제경향을 그대로 이어갔다. 신유형 문제라도 모의논술을 통해 제시됐던 문제가 출제됐다. 제시문의 50% 이상이 교과서 지문을 직접 활용하는 등 고교 교육과정에 충실했다는 평가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수리논술은 지난해부터 답을 구하거나 특정 개념을 증명하는 문제가 출제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적분의 정의를 묻거나 기본개념을 활용해 답을 구하는 문제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논술은 화학·생물·지구과학을 연계해 출제한 연세대처럼 교과통합형 출제경향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특정 교과의 주요 개념을 다른 교과와 연계시키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각 대학 논술고사 중 건국대 자연계 논술이 특히 어려웠다. ‘혈액 세포들의 기능과 유전양식을 바탕으로 생명현상을 설명하고, 수학지식과 연관시켜 그 결과를 예측하라’는 문제와 ‘에너지의 양적관계와 이성질체에 대한 화학적 이해능력과 기체의 성질을 이용해 화학적 과정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수학개념과 과학개념을 연계시키지 못하면 풀 수 없는 문제였다.

숭실대와 이화여대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자연계 논술에서도 언어논술 문제가 포함됐다. 숭실대는 월드컵과 올림픽 관련 제시문을, 이화여대는 소비와 경제활동 관련 제시문을 주고 비교 서술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그러나 김 소장은 “자연계 논술은 수리·과학논술에 많은 비중을 두고 평가하기 때문에, 언어논술 문제의 경우 당락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희대와 아주대·연세대 등의 자연계 논술문제는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