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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 달러당 1000원보다 더 오르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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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원화가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수출기업이 이런 영향을 얼마나 받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원화가치가 달러당 1100원 안팎이면 큰 영향이 없지만 1000원보다 더 오르면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대표 수출상품인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원화 강세라면 크게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일본 엔화가치의 상승에 덕을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충돌할 때 한국 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토러스투자증권 김승현 리서치센터장은 “원화의 경우 다른 경쟁국에 비해 절상이 늦게 시작됐고, 절상폭도 상대적으로 작아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원화가치가 1100원대 안팎을 유지하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제무역연구원 이승준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은 연말 원화가치가 1100원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며 “오히려 현재의 원화가치 수준은 기업의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원화가치가 조금 더 올라도 큰 충격은 없다는 얘기다.

원화 강세에 대한 내성은 IT보다는 자동차 쪽이 낫다. 대신증권 김병국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경우 제품 라인업이 중형 모델로 재편되고 중국과 인도·미국 등 해외 생산공장의 수익성이 개선돼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손실분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IT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수출 거래가 대부분인 데다 달러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원화로 환산할 때 이익이 줄 수 있다. 그러나 원화가치의 움직임보다는 세계 경기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SK증권 박정우 연구원은 “IT업종은 환율보다는 글로벌 IT수요와 반도체 가격에 이익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원화가치가 1000원보다 더 오르지 않는 한 환율 효과로 인한 이익 감소보다는 세계 경기 개선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주는 원화 강세의 대표적 수혜주다. 하지만 같은 업종이라도 종목마다 누리는 효과는 다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원화가치가 10원씩 상승할 때마다 에쓰오일과 SK에너지의 주당순이익은 11.1%와 2.3%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방식이나 달러화로 된 부채 규모에 따라 이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 곽진희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원재료 비중이 높은 데다 달러화로 된 부채가 많아 영업외이익이 더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원화 강세 기조로 늘어난 영업외이익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며 정유업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25억~27억 달러가 환율 변동에 노출돼 있어 원화가치가 100원 오르면 2500억원의 영업외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화 강세가 수출 단가를 낮춰 실제 이익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화 강세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업종에 따라 다르다. 하이투자증권 김승한 연구원은 “항공과 유통·화장품·음식료 등은 원화 강세의 수혜주로 ‘맑음’이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조선이나 화학 업종은 원화 강세로 인한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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