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밴드 ‘트위스트 앤 샤우트(Twist & Shout)’
비틀스를 비롯해 레드 제플린, 롤링 스톤스 등 ‘전설’들에는 헌정밴드가 따른다. 비틀스 헌정밴드는 세계에 350개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그렇다! 아시아에도 있다). 이 가운데 올 초 내한공연을 한 ‘트위스트 앤 샤우트(Twist & Shout)의 리더이자 폴 매카트니 역인 토니 키시먼(아래사진 왼쪽)과 지난달 7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27년 된 이 밴드는 미국에서 활동 중인 수백 개의 헌정밴드 중 으뜸으로 꼽힌다. 존 레넌의 첫 부인 신디아 레넌이 “외모와 노래가 너무 닮아 믿을 수 없다”고 표현했던 그 밴드다.
● 밴드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
“1963년 발매된 첫 앨범 ‘플리즈 플리즈 미(Please Please Me)’에 수록된 ‘트위스트 앤 샤우트’란 곡에서 따왔다.”
● 많은 비틀스 곡 중에 왜 이 곡인가.
“우리가 밴드를 만들 무렵에는 비틀스와 관련된 명칭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이름을 단순하게 지었다. ‘트위스트 앤 샤우트’는 비틀스가 원곡이 아니다. 일찍이 많은 가수가 부른 노래를 비틀스가 리메이크한 것이다. 사실 이 앨범에 있는 노래 대부분이 리메이크다. 비틀스도 리메이크 밴드로 시작한 것이다.”
● 헌정밴드를 하게 된 계기는.
“멤버 4명이 모두 브로드웨이 뮤지컬 ‘비틀매니어(Beatlemania)’ 출신이다. 나는 우연히 비틀매니어에 캐스팅됐다. 1970년대 말, 고향에서 밴드 생활을 할 때였다. 내가 폴 매카트니와 닮았고, 목소리도 비슷한 것 같다며 뮤지컬 오디션에 참가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나는 비틀스 스타일보다는 배드 컴퍼니, 위시본 애시 같은 정통 록을 주로 연주했다. 비틀스 음악을 열심히 배워서 오디션을 봤 다.”
● 매카트니와 가장 비슷했나.
“폴 매카트니 역을 하려는 사람이 30~40명쯤 됐다. 모두 머리를 폴처럼 자르고 나타났다. 그에 비하면 나는 전혀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왔었으니까. 그런데도 긴 머리 속에 있는 나를 알아봐 줬다. 비틀매니어 공연이 막을 내리자 멤버들이 뭉쳐 밴드를 결성했다. 1983년이었다.”
● 공연은 얼마나 자주 하나.
“90년 미국 네바다주의 공연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세계 곳곳을 다니며 공연을 한다. 한국·중국·일본·호주에서도 공연했고, 독일에는 매년 간다. 얼마 전 독일 에서 9주 동안 공연하고 막 돌아왔다. 단독 콘서트나 기업 행사도 하고, 비틀스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쇼 형식의 무대도 꾸민다. ”
● 왜 이걸 하는가. 자기 음악을 하고 싶진 않은가.
“그냥 비틀스에 빠졌다. 사람이 직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직업이 사람을 택하는 것이다. 로큰롤을 부르고 있던 내게 비틀스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 매카트니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쏟는가.
“가발을 쓰고, 메이크업을 한다. 그처럼 연기도 한다. 그가 서 있는 자세, 말투를 관찰해 따라 한다. 매일 그들에 관한 영화나 비디오를 보고, 음악을 듣고, 고치고 개선한다.”
● 다른 멤버들도 비밀 수련법이 있을까. (존 레넌 역은 짐 오언, 조지 해리슨 역은 존 브로스넌, 링고 스타 역은 크리스 카밀리가 맡고 있다.)
“글쎄…그냥 노력하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연습한다. 계속 연구하고 듣는다. 듣고, 또 듣고….”
● 자신이 폴이라는 착각이 들 때도 있나.
“없다. 정확히 33년간 폴 매카트니로 살았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 않으냐. 그냥 ‘온 스테이지(무대 위)’일 때뿐이다. 내가 그 사람 같다고 생각하고, 배역에 충실한다.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남편으로, 아빠로 돌아간다.”
● 연기의 초점은.
“얼마나 닮았느냐의 90%는 보컬이다. 그리고 손짓 같은 작은 행동에 유념한다. 특별히 그가 즐겨 쓰는 단어 같은 건 없지만, 그의 말버릇을 빌려 그가 했을 법한 대사를 만든다. 최신 말투와 행동도 참고한다.”
● 매카트니를 실제로 만난 적이 있나.
“없다. 만날 뻔한 적은 있다. 이뤄지지 않았다. 비틀스의 프로듀서였던 조지 마틴은 만난 적이 있다. 우리 공연을 보고 매우 즐거워했다.”
● 지역마다 팬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다른가.
“근본적으로 우리 쇼는 달라지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 레퍼토리를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다. 시작은 주로 ‘I Want to Hold Your Hand’로 하고, ‘Hey Jude’로 쇼를 끝낸다는 공식이다.”
●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The Long And Winding Road.”
● 왜 비틀스가 시대와 민족을 초월해 사랑받는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시대를 앞선 음악을 했다. 그래서 언제나 신선하고 새로웠다. 구식(dated)이 아니다. 40년 전이지만 아직도 완전 새것(brand new)이다.”
● 비틀스는 당신에게 무엇인가.
“생계 수단(livelihood)이다. 동시에 내 인생에서 비틀스는 너무나 강력한 사건이다. 나는 비틀스다. 이젠 내 인생의 한 부분이다. 아마도 영원히 비틀스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박현영 기자
j칵테일 >> ‘짝퉁’에도 또 ‘짝퉁’
인터뷰 준비를 위해 헌정밴드 ‘트위스트 앤 샤우트’에 관한 자료를 준비할 때였다. 이 밴드의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멤버들 외모가 덜 닮았고 경력은 더 짧았다. 아뿔싸! 인터뷰하기로 약속된 ‘그’ 트위스트 앤 샤우트가 아니었다. 헌정밴드에도 짝퉁이 있던가. 이름이 비슷한 헌정밴드가 숱하게 많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이번엔 노래와 몸짓이 얼마나 닮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영상을 검색할 때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어느 게 진짜 비틀스고, 어느 게 ‘트위스트 앤 샤우트’인지 분간이 쉽지 않았다. 진짜 밴드의 공연 실황은 화질이 좋지 않은 게 문제였고, 가짜 밴드의 공연은 너무 닮은 게 문제였다. 오랜 웹서핑 끝에 찾은 이 밴드의 비디오 맨 앞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금 듣게 될 모든 음악은 트위스트 앤 샤우트가 라이브 콘서트에서 공연한 겁니다. 비틀스가 녹음한 곡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