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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로 먹고사는 최고의 닮은꼴 밴드 ‘트위스트 앤 샤우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2면

헌정밴드 ‘트위스트 앤 샤우트(Twist & Shout)’

다시는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없는 비틀스. 영상자료도 변변치 않아 비틀스는 귀로 듣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비틀스를 눈으로 보고 싶어 하는 팬들에게 고마운 존재가 있다. 바로 헌정밴드(tribute band)다. 유명 밴드의 외모와 음악을 본떠 연주하는 닮은꼴 밴드인데, 전설적인 밴드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헌정밴드라는 장르가 됐다.

비틀스를 비롯해 레드 제플린, 롤링 스톤스 등 ‘전설’들에는 헌정밴드가 따른다. 비틀스 헌정밴드는 세계에 350개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그렇다! 아시아에도 있다). 이 가운데 올 초 내한공연을 한 ‘트위스트 앤 샤우트(Twist & Shout)의 리더이자 폴 매카트니 역인 토니 키시먼(아래사진 왼쪽)과 지난달 7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27년 된 이 밴드는 미국에서 활동 중인 수백 개의 헌정밴드 중 으뜸으로 꼽힌다. 존 레넌의 첫 부인 신디아 레넌이 “외모와 노래가 너무 닮아 믿을 수 없다”고 표현했던 그 밴드다.

● 밴드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

“1963년 발매된 첫 앨범 ‘플리즈 플리즈 미(Please Please Me)’에 수록된 ‘트위스트 앤 샤우트’란 곡에서 따왔다.”

● 많은 비틀스 곡 중에 왜 이 곡인가.

“우리가 밴드를 만들 무렵에는 비틀스와 관련된 명칭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이름을 단순하게 지었다. ‘트위스트 앤 샤우트’는 비틀스가 원곡이 아니다. 일찍이 많은 가수가 부른 노래를 비틀스가 리메이크한 것이다. 사실 이 앨범에 있는 노래 대부분이 리메이크다. 비틀스도 리메이크 밴드로 시작한 것이다.”

● 헌정밴드를 하게 된 계기는.

“멤버 4명이 모두 브로드웨이 뮤지컬 ‘비틀매니어(Beatlemania)’ 출신이다. 나는 우연히 비틀매니어에 캐스팅됐다. 1970년대 말, 고향에서 밴드 생활을 할 때였다. 내가 폴 매카트니와 닮았고, 목소리도 비슷한 것 같다며 뮤지컬 오디션에 참가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나는 비틀스 스타일보다는 배드 컴퍼니, 위시본 애시 같은 정통 록을 주로 연주했다. 비틀스 음악을 열심히 배워서 오디션을 봤 다.”

● 매카트니와 가장 비슷했나.

“폴 매카트니 역을 하려는 사람이 30~40명쯤 됐다. 모두 머리를 폴처럼 자르고 나타났다. 그에 비하면 나는 전혀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왔었으니까. 그런데도 긴 머리 속에 있는 나를 알아봐 줬다. 비틀매니어 공연이 막을 내리자 멤버들이 뭉쳐 밴드를 결성했다. 1983년이었다.”

● 공연은 얼마나 자주 하나.

“90년 미국 네바다주의 공연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세계 곳곳을 다니며 공연을 한다. 한국·중국·일본·호주에서도 공연했고, 독일에는 매년 간다. 얼마 전 독일 에서 9주 동안 공연하고 막 돌아왔다. 단독 콘서트나 기업 행사도 하고, 비틀스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쇼 형식의 무대도 꾸민다. ”

● 왜 이걸 하는가. 자기 음악을 하고 싶진 않은가.

“그냥 비틀스에 빠졌다. 사람이 직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직업이 사람을 택하는 것이다. 로큰롤을 부르고 있던 내게 비틀스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 매카트니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쏟는가.

“가발을 쓰고, 메이크업을 한다. 그처럼 연기도 한다. 그가 서 있는 자세, 말투를 관찰해 따라 한다. 매일 그들에 관한 영화나 비디오를 보고, 음악을 듣고, 고치고 개선한다.”

● 다른 멤버들도 비밀 수련법이 있을까. (존 레넌 역은 짐 오언, 조지 해리슨 역은 존 브로스넌, 링고 스타 역은 크리스 카밀리가 맡고 있다.)

“글쎄…그냥 노력하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연습한다. 계속 연구하고 듣는다. 듣고, 또 듣고….”

● 자신이 폴이라는 착각이 들 때도 있나.

“없다. 정확히 33년간 폴 매카트니로 살았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 않으냐. 그냥 ‘온 스테이지(무대 위)’일 때뿐이다. 내가 그 사람 같다고 생각하고, 배역에 충실한다.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남편으로, 아빠로 돌아간다.”

● 연기의 초점은.

“얼마나 닮았느냐의 90%는 보컬이다. 그리고 손짓 같은 작은 행동에 유념한다. 특별히 그가 즐겨 쓰는 단어 같은 건 없지만, 그의 말버릇을 빌려 그가 했을 법한 대사를 만든다. 최신 말투와 행동도 참고한다.”

● 매카트니를 실제로 만난 적이 있나.

“없다. 만날 뻔한 적은 있다. 이뤄지지 않았다. 비틀스의 프로듀서였던 조지 마틴은 만난 적이 있다. 우리 공연을 보고 매우 즐거워했다.”

● 지역마다 팬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다른가.

“근본적으로 우리 쇼는 달라지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 레퍼토리를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다. 시작은 주로 ‘I Want to Hold Your Hand’로 하고, ‘Hey Jude’로 쇼를 끝낸다는 공식이다.”

●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The Long And Winding Road.”

● 왜 비틀스가 시대와 민족을 초월해 사랑받는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시대를 앞선 음악을 했다. 그래서 언제나 신선하고 새로웠다. 구식(dated)이 아니다. 40년 전이지만 아직도 완전 새것(brand new)이다.”

● 비틀스는 당신에게 무엇인가.

“생계 수단(livelihood)이다. 동시에 내 인생에서 비틀스는 너무나 강력한 사건이다. 나는 비틀스다. 이젠 내 인생의 한 부분이다. 아마도 영원히 비틀스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박현영 기자



j칵테일 >> ‘짝퉁’에도 또 ‘짝퉁’

인터뷰 준비를 위해 헌정밴드 ‘트위스트 앤 샤우트’에 관한 자료를 준비할 때였다. 이 밴드의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멤버들 외모가 덜 닮았고 경력은 더 짧았다. 아뿔싸! 인터뷰하기로 약속된 ‘그’ 트위스트 앤 샤우트가 아니었다. 헌정밴드에도 짝퉁이 있던가. 이름이 비슷한 헌정밴드가 숱하게 많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이번엔 노래와 몸짓이 얼마나 닮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영상을 검색할 때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어느 게 진짜 비틀스고, 어느 게 ‘트위스트 앤 샤우트’인지 분간이 쉽지 않았다. 진짜 밴드의 공연 실황은 화질이 좋지 않은 게 문제였고, 가짜 밴드의 공연은 너무 닮은 게 문제였다. 오랜 웹서핑 끝에 찾은 이 밴드의 비디오 맨 앞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금 듣게 될 모든 음악은 트위스트 앤 샤우트가 라이브 콘서트에서 공연한 겁니다. 비틀스가 녹음한 곡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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