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택씨 저가매입 의혹 분당 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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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의 저가 매입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분당의 땅 388평은 남서울파크힐 주택단지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 땅은 판교 신도시 개발지역과 인접한 곳으로 현재 시세로 14억~15억원에 달한다.

남서울파크힐은 시행사인 K사가 2000년 초 개발사업에 착수하면서 '한국의 베벌리힐스'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국내 최고의 고품격 주택단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전원주택이다. 전체 4만5000여평(시가 450억원)에 120여가구가 들어설 예정으로 현재 여섯채만 지어졌고 한채가 건축 중이다.

문제의 땅이 포함된 전원주택 단지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다가 1992년께 보전녹지로 바뀌면서 주택건축이 가능해졌다. 시행사인 K사는 2000년 본격적인 개발사업에 나서 그해 6월 130여건에 달하는 건축허가 관련 신청서를 성남시 분당구청에 냈고 8월 말에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 회장이 전원주택 부지 388평 매입에 나선 것은 이 와중인 2000년 8월 초. 평소 알고 지내던 체육계 인사 최모씨가 "실비로 줄 테니 사라. 사두면 값이 오른다"며 지주 대표인 이모씨를 소개해주면서였다. 그러나 이 회장은 곧바로 이 땅을 사지는 못했다. 시행사 대표 김모씨가 당시 제시한 가격은 5억3000여만원이었지만 이를 한꺼번에 낼 돈이 없었다고 한다.

이후 이 회장은 두차례에 걸쳐 1억8000여만원을 지주 대표 이씨 측에 건넸고, 2001년 7월 이 땅에 대한 소유권은 이 회장 측으로 넘어갔다. 땅값의 3분의 1만 낸 셈이었다.

검찰은 이처럼 싼값에 땅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장이 건축 인허가 과정 등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 측은 검찰 수사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 회장의 한 측근은 "이번 사안은 2002년 6월 대한체육회장 선거 때도 거론됐다가 해명된 사안"이라며 "여권에서 미는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검찰이 미묘한 시기에 수사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지난해 10월 수사에 착수했으나 관련자 계좌추적 등에 시일이 걸렸고, 지난달에도 출두를 요구했으나 이 회장이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나오지 않아 수사가 늦어진 것일 뿐"이라며 표적수사 의혹을 일축했다.

전주고와 동국대를 나온 이 회장은 총무처.노동부장관 등을 역임했으며 2002년 5월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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