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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청사 이전하는 세종시선 민영아파트 용지 모두 미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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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세종시에 민영아파트가 들어설 땅이 외면받고 있다. 민간 건설업체들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아파트 짓기를 꺼리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시건설사업단은 “시범지구 내 민간 아파트 용지 17개 필지(분양 10, 임대 7)에 대해 지난달 29일 청약 신청을 받았지만 모두 미분양됐다”고 30일 밝혔다.

이번에 나온 아파트 용지에는 1만4800가구를 지을 수 있다. 사업단의 오승환 판매팀장은 “혼선을 빚던 세종시 개발방안이 확정됐지만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원인을 딴 곳에서 찾는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세종시 수정안으로 방향이 잡혔을 때만 해도 아파트 분양이 괜찮은 것으로 예상됐으나 행정중심복합도시로는 수요를 끌어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용지 분양 물량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굳이 서둘러 청약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분양된 17개 필지는 재공고를 통해 이르면 8일부터 선착순 수의계약에 들어간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구미를 당길 만한 인센티브가 없는 한 분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LH가 연내 추가 분양 예정인 아파트 용지(20개 필지)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2007년 처음 분양된 아파트 용지(22개 필지)도 삐거덕거리고 있다. 땅을 분양받은 건설사들이 중도금을 내지 않아 4개 필지(2개 업체)가 계약 해지됐고 나머지 18개 필지(10개 업체)는 땅값이 연체되고 있다.

용지를 분양받은 건설사들은 세종시 수정안이 추진되자 “토지 계약 당시와 사업 환경이 달라졌다”며 중도금 납부를 미뤄 왔다. 6월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된 후에는 업체들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건설사 임원은 “공무원들만 옮겨 오는 세종시 원안이 분양 여건을 나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LH 이강선 세종시건설1사업단장은 “계약 해지 사유가 충분하지만 착공까지 시간이 남은 데다 사업 정상화를 위해 계약 해지를 미루고 중도금 납부를 독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종시 민간아파트 공급이 난항을 겪으면서 주거시설 부족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종시에는 2012년부터 36개 정부기관이 차례로 이주하는데 종사자만 1만4000명에 이른다. LH는 공공아파트를 우선 공급한 뒤 민영아파트는 순차적으로 짓기로 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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