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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41> 한글날 앞두고 숫자로 보는 한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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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공기와 물처럼 늘 우리 곁에 넘쳐나기에 고마운 줄 모르고 지나는 것이 있습니다. 한글입니다. 1443년 태어나 오백육십여 년 한민족의 혼을 지켜준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젊고 역사가 짧으며 활력 있는 글자로 손꼽힙니다. 지난해 8월 한글이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의 공식 문자로 채택되면서 우리 자부심이 더 커졌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답니다. 다음 달 9일은 제564돌 한글날입니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숫자로 살펴보는 우리말’을 뼈대 삼아 한글 여행을 떠나보시죠.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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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은 설치미술가 강익중씨가 한글의 조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로 꾸며 관람객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줬다. 한국관 외벽과 내벽에 한글의 기하학적 특성을 살린 가로·세로 45㎝ 아트 타일 3만 8000개를 붙였다. 작가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만나 한 소리를 내듯 세계는 한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중앙포토]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 수. 구체적으로는 7742만8517명으로 추산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약 6900여 개 언어 중 한국어는 모어 사용자 수로 볼 때 세계 13위다. 영어·중국어·프랑스어처럼 유엔 공용어가 아닌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순위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언어별 인터넷 사용자 수 순위에서는 3750만 명으로 세계 10위에 올라 있다. 참고로 모어 사용자 수 상위 5위까지를 살펴보면 중국어·힌두어·스페인어·영어·아랍어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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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조사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수강생 수는 25만1361명, 해외 한국어 보급 기관은 2177개다. 한류 영향으로 아시아 대륙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 특히 젊은 층이 증가 추세다. 한국어 수강생이 늘면서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즐기는 흐름도 뚜렷하다. 신흥 경제 권역인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지역에 한국어 보급 기관이 급속히 늘고 있다. 권역별 보급 기관 수는 북미 1072, 독립국가연합 506, 아시아 225, 일본 142, 유럽 115, 중남미 75, 중동·아프리카 42개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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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I(삼성디자인학교) 학생들이 ‘코리안 디자인 프로젝트’의 하나로 한글을 소재로 만든 목장식 액세서리.

지난해 아시아권에서 한국어능력시험(KLPT)에 응시한 학생 수는 12만 명. 이 중 9만여 명이 합격했다. 이는 2005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2006~2007년 한류 열풍이 큰 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국내외에서 한국어 수강생을 위해 발간된 한국어 교재도 33개 국어 3399권에 달한다.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전문 교사 수요도 늘고 있다. 최근 3~4년간 ‘한국어 교원자격 심사’를 거쳐 자격증을 취득한 교사 수는 10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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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단어 수는 51만 개. 1920년부터 2010년까지 90년 동안 발간된 국어사전은 125종이다. 51만 단어의 구성 내용을 보면 한자어 58.1%, 고유어 25.9%, 혼종어 10.6%, 외래어 5.4% 순이다. 특이한 점은 1940년부터 2010년까지 70년 동안 발간된 영어사전이 300여 종으로 국어사전의 배를 넘어섰다는 것. 이를 반영하듯 외래어 중 1위가 영어였다. 국립국어원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가 1991년부터 2009년까지 88차에 걸쳐 1만47개 외래어 표기를 심사한 결과, 인명을 뺀 일반 용어 중 언어별 비중은 영어가 76.3%로 절대적으로 많았다. 영어가 한국인의 언어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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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현대무용단 무용수들이 몸으로 형상화한 한글 자음 ‘ㅍ’.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15세 이하 학생의 읽기 능력은 대한민국이 세계 1위다. 2008년 우리나라 국민의 문해율은 98.3%로 세계 선진국 평균인 99.6%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20~40대는 문해율이 100%였다. 2009년 현재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국어과 교육이 차지하는 학습시간은 2080시간으로 영어과 교육 884시간보다 2.5배 정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12~14세 학생의 필수 수업시간 대비를 보면 국어과 수업시간은 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국어 교육시간 평균인 15%, 유럽연합(EU)의 평균인 19%에 비해 낮은 편이다. 국어 교육은 초등학교 과정에 집중되어 있으며 상급 학교로 올라갈수록 전체 교과에서 국어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져 영어와 수학 중심인 입시 위주 교육 탓에 국어 교육이 소홀해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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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한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가 이를 기리기 위해 바우바우시에 건립하는 원암한국문화원 조감도.

문화체육관광부의 2010년 국어 분야 전체 예산은 192억원. 2005년에 비해 1.45배 증가했다. 이 중 한국어 보급 예산은 52억원으로 2005년에 비해 2.45배 늘었다. 전체 예산 증가폭보다 한국어 보급 분야 예산이 더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는 한국어를 알고 싶고 배우고 싶어 하는 국내외 사람들의 요구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국립국어원은 이런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한글에 대해 궁금한 점을 풀어주는 ‘가나다 전화’ 1599-9979(국어친구)를 운영하는 동시에 ‘온라인 가나다’를 국립국어원 홈페이지(www.korean.go.kr)에 설치했다. ‘가나다 전화’는 연 3만 건에 달하는 한글 관련 궁금증에 답하고 있다. 



“어려워서 무시하나요 한국어 발음 중요해요”
발음 소사전 펴낸 강성곤 아나운서

타이포그래퍼 안상수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가 한글을 소재로 디자인한 ‘한글 문자도’ 중 ‘이응(ㅇ)도’.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평소 어렵게 생각하면서도 무심히 지나치는 부문은 무엇일까. 강성곤 KBS 아나운서(숙명여대 겸임교수)는 단연 발음이라고 말한다. 25년 경력의 강 아나운서는 매일 뉴스를 진행하며 제대로 말하기의 중요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는 한글 사용자들이 표준문자에 비해 표준발음에 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맞춤법은 지키려 애쓰면서 발음은 소홀하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과 소통이 화두인 세상에서 말하기와 듣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그 기본이 발음이다. 발음이 명료하고 정확한 뒤에 억양, 어조, 빠르기, 음색을 논할 수 있고 그것이 쌓여 개성 있는 말씨와 말투를 이룰 수 있다.

영국에서는 우리의 표준어에 해당하는 말을 ‘RP(Received Pronunciation)’라 부른다.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누구나 수용하는 표준발음이라는 뜻으로 그만큼 문자에 우선하는 발음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강 아나운서는 최근 펴낸 『한국어발음 실용소사전』(형설출판사)에 실생활에 많이 쓰이는 핵심 단어와 어휘 등 2만1760개의 단어를 발음 중심으로 실었다. 일반 사전에서 잘 다루지 않는 주요 지명과 인명, 회사명, 학교명 등의 발음도 챙겼다.

이 사전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우리말의 장단(長短)이다. 소리의 길이, 즉 길고 짧음은 말의 리듬감과 전달력에 핵심이라 중요하다. 길고 짧음을 제대로 구사하지 않으면 단어가 어색해질 뿐만 아니라 텍스트 전체의 말맛이 깎인다. 예를 들어 중(重)은 ‘무겁다’와 ‘다시’, ‘겹침’으로 크게 두 의미를 지닌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의미와 상관없이 모두 장음(長音) 처리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이라고 강 아나운서는 지적한다. ‘무겁다’일 때는 장음이지만 ‘다시’, ‘겹침’의 뜻일 때는 단음 처리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강 아나운서는 어문 규정을 정한 지 20여 년이 지난 만큼 『표준국어대사전』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007년 1월 국립중앙박물관 역사부 이재정 학예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 금속활자인 ‘을해자’를 발굴하는 쾌거를 올렸다. 을해자는 15세기 세조 때 주조돼 조선의 우수한 인쇄술을 자랑함과 동시에 한글의 과학성과 미감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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