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학위·현지학기제로 경쟁력 끌어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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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가 급격히 늘면서 대학이 글로벌캠퍼스로 변하고 있다. 사진은 교내에서 외국인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숭실대 학생들. [사진제공=숭실대]

국내 대학이 글로벌 캠퍼스로 변하고 있다. 학과 전체가 일정기간 외국으로 이동해 현지 전공수업을 듣는가 하면, 국내 대학에 입학해도 졸업할 때는 해외 명문대의 학위를 함께 취득한다. ‘글로벌’ 명칭을 단 특성화 학과도 앞다퉈 신설돼 상승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글=이지은 기자

국내 대학 글로벌화 물결 확산

대학내에 글로벌화 물결이 확산된 시기는 2007년께부터다. 정부와 주요 언론사를 비롯한 민간기관에서 대학 평가의 세부요소로 ‘국제화 지표’를 포함하면서 글로벌 캠퍼스가 조명받기 시작했다. 전북대 이복기 국제교류부 처장은 “대학 평가에서 우수대학으로 선정되기 위해 국제화 지표를 높이려고 전국 대학들이 발벗고 뛰기 시작했다”며 “이때부터 적극적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고 다양한 글로벌 프로그램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해외대학 복수학위제와 특성화학과, 해외인턴십 같은 프로그램도 많이 신설됐다.

복수학위제는 글로벌 캠퍼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제도다. 국내 대학과 협정을 맺은 해외 대학에서 일정 기간 공부하면 졸업과 동시에 두 대학의 학위를 각각 취득할 수 있는 제도로 국내 대학 상당수가 시행하고 있다. 숭실대는 미국 알라바마대를 포함한 3개 해외 명문대와 복수학위협정을 체결했다. 경희대는 미국·프랑스와 일본을 포함한 세계 14개교와 복수학위협정을 맺었다.

학과 전체를 해외에 보내는 대학도 있다. 한양대는 영문과를 제외한 어문학과(일어·프랑스어·중국어·독일어) 재학생 전원을 해당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로 보낸다. 한 학기씩 교환수업을 듣는 현지학기제를 운영하는 것이다. 동국대도 올해부터 광고홍보학과 재학생 20명을 대상으로 현지학기제를 시행한다. 미 샌 버나디노 대학에서 12학점의 전공과목 수업을 들으면 졸업학점으로 인정해준다. 윤성훈(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어문학 위주로 이뤄지던 것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외국문화와 전공을 동시에 배우게 하는 단기 유학제도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유학생 국내 유입 증가해

국내 대학에 재학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의 증가는 글로벌 캠퍼스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유학생은 해마다 늘고 있다. 법무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5년 2만4797명이었던 국내거주 외국인 유학생 수가 2010년엔 8만2096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대학의 유학생 수도 자연히 상승했다.

올 1학기 현재 경희대에 재학중인 외국인 교환학생 수는 699명, 학부·석사과정에 재학중인 유학생을 포함하면 3000여 명에 이른다. 성균관대도 외국인 유학생이 올 7월 현재 2100명을 넘어섰다. 이는 단순 어학연수생을 제외한 수치다. 국내 대학의 상당수 강좌에서 외국인과 함께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 유입률이 대폭 증가한 데는 대학의 변화가 큰 몫을 했다. 대학들은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교내에서 얼마든지 글로벌 시각을 기를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외국인 유학생을 데려오기 위해 다양한 장학금과 유인요소를 신설했다. 각 대학 국제교류처는 해외를 직접 방문해 현지 명문대학과 상호교류협정을 체결했다. 한국외대는 전 세계 74개국 364개교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성균관대도 미국 MIT대 슬론을 포함한 세계 55개국 610개교로 학생·교수교류 협정을 확대했다.

100% 외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많아진 것도 글로벌 캠퍼스화를 촉진시켰다. 영어 뿐 아니라 유학생 비율이 많은 중국어로 된 전공과목까지 개설, 외국인 유학생이 수업을 듣는데 지장이 없도록 지원했다.

건국대는 올 초 중국 대학에서 7명의 중국인 교수를 초빙해 중국어만으로 전공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경영학과 경제학, 금융수학 등으로 구성된 강의는 최근까지 중국어 학습을 위해 개설됐던 원어 전공강의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런 노력의 결과 올 1학기 건국대 학부과정에 재학중인 중국인 유학생이 교환학생을 포함해 2000여 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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